정부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ISA가 재테크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ISA의 혜택 축소 방안은 투자자 반발에 재검토되고 있지만 국내 투자에 세제 혜택을 집중하는 ‘생산적금융 ISA’ 신설은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ISA를 단순한 ‘절세 계좌’로 보기보다 일반 투자계좌와 연금저축·개인형퇴직연금(IRP) 등과 역할을 나눠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상품을 담느냐에 따라서도 절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성빈(사진)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ISA는 의무가입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짧다”며 “계좌별 특성에 맞춰 자금의 운용 목적과 투자 상품을 분배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일반계좌는 단기·ISA는 중기·연금은 장기”
ISA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먼저 가지고 있는 금융계좌마다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 팀장은 일반 투자계좌를 ‘단기 여유자금’, ISA를 ‘중기 목돈’, 연금저축·IRP를 ‘장기 노후자금’으로 구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세제 혜택이 없는 일반 투자계좌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여유자금 운용에 적합하다”며 “연금저축과 IRP는 세액공제와 연금 수령 시 저율과세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금 출금이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ISA는 이 둘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팀장은 “ISA는 단기 투자와 장기 노후자금 사이를 이어주는 ‘중기자금’이나 내 집 마련, 전세보증금과 같은 ‘중단기 목돈 마련’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ISA에 담는 자산 역시 투자자의 연령과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회초년생은 앞으로 소득이 발생할 기간과 투자 기간이 긴 만큼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S&P500이나 나스닥100 등 대표 시장지수를 코어(Core) 자산으로 두고 성장성이 높은 섹터나 고배당주, 채권, 금·리츠·인프라 펀드 등을 위성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은퇴를 준비하는 투자자는 안정성과 현금흐름 확보가 중요하다. 이 팀장은 “예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면서 주식 투자의 경우에도 고변동성 기술주보다 꾸준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고배당주나 월배당 ETF 비중을 늘리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ISA엔 세금 많이 붙는 상품부터 담아라”
ISA의 절세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무엇을 담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 팀장은 세금 부담이 적은 상품은 일반계좌에, 이자·배당소득 등 과세 부담이 큰 상품은 ISA에 담는 전략을 추천했다.
이 팀장은 “일반 투자계좌에서는 단기 매매 자금을 운용하거나 이미 매매차익이 비과세되는 국내 주식, 국내 주식형 펀드 및 ETF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ISA에는 해외 주식형 ETF나 고배당주, 고금리 채권 및 RP, 정기예금 등 과세 부담이 큰 상품을 집중 배치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ISA에 적용되는 ‘손익통산’도 절세 효과를 높이는 요소다. 예컨대 한 상품에서 1000만 원을 벌고 다른 상품에서 400만 원을 잃었다면 이를 상계한 600만 원을 기준으로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여러 상품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순이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만큼 과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세제 혜택 좇아 국내 자산만 채우면 안돼”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금융 ISA는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국내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제한한다. 대신 일반 ISA보다 납입 한도와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구조다. 논란이 된 미사용 납입 한도 이월 폐지와 계약기간 제한은 수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투자 중심의 구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 팀장은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 대상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ISA를 활용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기준은 결국 ‘투자의 성공 확률’과 ‘손익비’”라며 “한국 증시는 반도체와 조선, 방산 등 경기 순환에 민감한 산업의 비중이 높아 국면별 시황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 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은 일반계좌에서도 비과세되는 만큼 세제 혜택을 좇아 국내 자산 비중을 무리하게 늘릴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해외 대표 시장지수나 성장 자산을 포트폴리오의 코어(Core)에 두고 국내 자산은 시장 주기와 산업별 모멘텀에 따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병행 접근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ISA 활용의 핵심은 단순히 납입 한도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돈을 어떤 계좌에 넣을 것인가’를 정하는 데 있다. 제도가 바뀌더라도 세제 혜택보다 자신의 투자 목적과 기간에 맞는 자산 배분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정지원의 머니 트레이스(Money Trace)’는 금융권 자산관리 전문가를 통해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흐름을 추적하는 코너입니다. 자산가들이 어디에 주목하고, 어떻게 자산을 배분하는지 돈의 이동 경로(Trace)를 따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