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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유럽·북미 공급망 동시 구축…2차 슈퍼사이클 올라타

23.08.2026 1분 읽기

LS전선이 유럽에 첫 버스덕트(배전 설비) 공장을 건설하려는 배경에는 주요 고객사인 미국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과 수주 계약을 이어가려면 이들의 글로벌 투자 계획에 맞춰 제품을 공급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면서 “빅테크들의 빠른 AI 투자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큰 폭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는 지난해 3945억 달러(약 547조 원)에서 올해 7819억 달러(약 1085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9754억 달러(약 1354조 원)까지 불어나는 등 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S(006260) 전선 자회사인 가온전선(000500) 도 맥킨지앤컴퍼니를 인용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 규모가 지난해 294조 원에서 2030년 494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빅테크들은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는 ‘에이전틱 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미국을 넘어 유럽에서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 시스템에 AI 에이전트를 속속 도입하고 있고 데이터 처리·저장량 역시 급증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갖추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도 이에 대응해 유럽에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상 동일 지역 또는 여러 국가에 2~3개 이상의 가용영역(AZ·Availability Zone)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분산·복제한다. 특정 데이터센터가 화재나 침수 등 사고를 겪더라도 다른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중단 없이 제공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오스트리아와 스웨덴·노르웨이·네덜란드 등지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포르투갈 등에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거나 기존 시설을 증설하며 유럽 AI 서비스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의 유럽 신공장 건설도 이 같은 빅테크들의 사업 확장에 발맞춘 행보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버스덕트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LS전선이 운영 중인 버스덕트 생산 거점은 경북 구미 공장뿐이다.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구미 공장과 멕시코 신공장 가동으로 전체 생산능력은 최대 3배로 늘어나지만 빅테크들의 유럽 사업 확대 시기에 맞춰 제품을 적기 공급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LS전선의 판단이다. 이에 현재 케이블(전선) 공장이 있는 폴란드나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는 북유럽에 신공장을 건설해 버스덕트 공급 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LS전선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북미 지역의 컨트롤타워(총괄 조직)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현재 북미 사업은 초고압 케이블 판매를 담당하는 LSCSA, 해저케이블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LS그린링크, 중전압 케이블과 버스덕트를 판매하는 가온전선 산하 LSCUS 등 3개 계열사가 맡고 있다.

2020년 출범한 미주지역본부가 있지만 현재 역할은 사실상 LS그린링크 사업에 집중돼 있다. LS그린링크는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해 북미뿐 아니라 대서양을 건너 유럽 수출까지 아우르는 영미권 사업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LSCUS가 버스덕트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며 북미 사업의 새 중심축으로 부상하자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커졌다.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려 버스덕트 주문이 급증하면서 LSCUS가 총 5조 원대의 장기 공급계약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이다.

LS전선의 6월 말 기준 수주 잔액이 역대 최대인 9조 5535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LSCUS는 이달에도 2000억 원의 버스덕트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고객사와 기존 계약의 2~3배에 달하는 추가 물량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LSCUS가 빅테크 영업의 최전선에 설 정도로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이에 LS전선은 자회사 가온전선 산하인 LSCUS가 다른 북미 법인들과의 협업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북미 지역 컨트롤타워를 개편하기로 했다. LSCUS는 최근 초고압 케이블 사업까지 진출하고 동남아시아 법인인 LS비나 또한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계열사 간 사업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LS전선으로서는 기존 역할 분담보다 그룹 차원의 역량을 한데 모을 통합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LS전선은 미주지역본부의 기능을 강화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그룹사의 역량을 총집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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