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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에 200억원이 넘는 가격이 붙는 포켓몬 카드가 등장하면서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희귀 카드가 주식처럼 투자 자산으로 거래되고, 국내에서도 포켓몬 카드를 사고파는 거래액이 1년 만에 200배 넘게 불어났다.
1년 만에 거래액 208배…포켓몬이 시장 77% 차지
20일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 따르면 올해 1~7월 TCG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8배 증가했다. 거래량도 약 131배 늘었고, 평균 거래금액은 59% 상승했다.
특히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5월 거래액은 전월 대비 약 217% 급증했고 이후 6~7월에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올해 1~7월 전체 거래액의 약 87%가 불과 석 달 동안 발생했다. 크림은 ‘2026 코리안리그 파이널 시즌’ 개최 등이 관심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의 중심에는 ‘포켓몬’이 있다. 지난 7월 포켓몬 TCG는 크림 전체 TCG 거래액의 약 77%, 거래량의 약 88%를 차지했다. 포켓몬 출시 30주년을 맞아 수집 열기가 이어진 영향이다.
원피스 카드도 뒤를 쫓고 있다. 지난 7월 원피스 TCG 거래액은 5월보다 약 6배, 거래량은 약 4배 증가했다.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까지 올라섰다.
“77억이 239억원 됐다”…연예인들도 수집 중
희귀 카드의 가격은 수백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유명 유튜버이자 프로레슬러인 로건 폴이 보유했던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가 지난 15일 미국 경매업체 골딘의 온라인 경매에서 1649만2000달러(약 239억원)에 낙찰됐다.
트레이딩 카드 경매 사상 최고가다. 지난해 8월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농구 카드가 세운 1293만2000달러(약 188억원) 기록도 넘어섰다.
이 카드는 1998년 일본 잡지 ‘코로코로 코믹’의 일러스트 대회 입상자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전 세계에 39~41장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팔린 카드는 감정업체 PSA에서 최고 등급인 ‘GEM MT 10’을 받은 유일한 카드다.
로건 폴은 2021년 이 카드를 527만5000달러(약 77억원)에 사들였다. 약 5년 만에 가격이 세 배 넘게 뛴 셈이다.
국내 유명인들의 수집품도 화제다. 트와이스 모모가 휴대전화 케이스에 넣고 다닌 2003년판 ‘스이쿤 ex’ 카드는 최상급인 PSA10 기준 시세가 약 34만8000엔(약 320만원)으로 알려졌다.
방송인 강남은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서 포켓몬 카드 수집 사실을 공개하며 자신이 보유한 피카츄 카드에 대해 “1000만원 이상”이라고 소개했다. 또 일부 1999년판 희귀 카드는 약 8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테크가 아닌 취미로 카드를 모은다고 강조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비상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수백억 ‘투자 자산’ 되자 일본도 규제 논의
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취미용품이 사실상 투자 자산처럼 거래되자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 논의까지 시작됐다.
지난달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TCG 시장 규제와 산업 육성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모임을 구성했다. 지난해 일본 TCG 시장 규모는 3380억엔(약 3조원)으로 최근 4년간 약 90% 성장했다.
자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위조와 불법 전매,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문제로 떠올랐다. 일본 세븐일레븐에서는 일부 점주나 직원이 인기 포켓몬 카드 등을 출시 전에 확보한 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붙여 되판 사례까지 확인됐다.
고가 카드가 투자 대상으로 부상했다고 해서 주식이나 채권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는 유동성 문제에 더해 카드 상태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고, 수백만~수억원대 카드라면 보관과 보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집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크림 관계자는 “최근 TCG는 인기 카드 박스부터 희귀 싱글카드까지 거래 범위가 넓어지며 하나의 수집 문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를 소유하려는 수집 욕구에 희소성과 투자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카드 한 장을 둘러싼 시장의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