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수사 종료를 앞둔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180일간의 수사에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 주요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두 차례 수사기간 연장과 특검법 개정까지 거치며 180일간 수사를 이어왔지만 핵심 잔여 사건 상당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수사 범위를 무리하게 확장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과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음에도 3대 특검이 남긴 핵심 사건들이 대거 수사기관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일각에선 ‘특검 무용론’도 제기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 출범의 명분이었던 3대 특검 잔여 사건 상당수가 미제로 남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50여 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유병호 감사위원이 유일하다.
특검팀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을 처분하지 않고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연관된 디올백 수사 무마 의혹과 통일교 원정 도박 수사 무마 의혹도 경찰에 넘길 방침이다. 노상원 전 사령관의 내란 목적 살인 예비 음모 사건 역시 후속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
종합특검은 올해 2월 25일 수사에 착수한 뒤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고 특검법까지 개정하며 180일간 수사했다. 기존 3대 특검과 달리 후반부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이른바 ‘헤비테일’ 전략을 택했지만 주요 잔여 사건을 끝내 마무리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한정된 기간에 수사 대상을 과도하게 확대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통령실 쌍방울 대북 송금 개입’ 의혹이다. 특검은 올해 4월 이를 ‘초대형 국정 농단’이라며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지만 6월 이후 사실상 중단했다.
수사 초기부터 공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당시 사건을 맡은 권영빈 특검보가 과거 쌍방울그룹 방용철 전 부회장 등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압수수색영장도 법원에서 ‘특검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각됐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을 입건했지만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앞선 특검이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무혐의 처분했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무더기 기소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성현 육군 대령이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한 핵심 증언을 내놓은 인물이다. 조 대령 역시 비상계엄 당시 휘하 병력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 내란특검은 이들을 핵심 참고인으로 활용하거나 입건하지 않았지만 종합특검은 두 사람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해선 무리한 법리 해석을 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종합특검은 지난 20일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당시 주임검사였던 최재훈 전 반부패수사2부장 등 전·현직 검사 5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정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수사를 ‘누군가’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결론내리지 않았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사건의 은폐·무마·회유·증거조작·증거은닉 등에 관여하거나 수사기관의 권한을 오남용하게 했다는 의혹인데 정작 특검 수사 결과에는 이 같은 외압을 규명하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김건희 수사팀은 “수사행위를 트집 잡아 기소했다”고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특검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종합특검만의 문제도 아니다. 앞서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한 상설특검 역시 지난 3월 90일간의 수사를 마쳤지만 핵심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관봉권 폐기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윗선’의 폐기·은폐 지시를 인정할 객관적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도 불기소 처분 대신 사건을 다시 검찰에 이첩했다. 쿠팡 사건에서도 검찰과 쿠팡 측의 유착 의혹을 최종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대형 사건이나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특검을 ‘만능 해결책’처럼 활용하는 관행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이 이해관계나 정치적 외압 등으로 제대로 수사하기 어려운 예외적 상황에서 가동하는 제도인데 정치적 타협 수단처럼 활용되면서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고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결국 사건을 기존 수사기관에 다시 넘기는 일이 반복된다면 특검을 별도로 설치하는 실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