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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남길까”보다 “어떻게 쓸까”…달라지는 은퇴 자산관리 트렌드

22.08.2026 1분 읽기

NH농협은행

WM사업부

# 올해 초 30년간 재직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A 씨는 은퇴세미나를 받으러 열심히 발품과 손품을 팔았다. 하지만 1인 가구인 A 씨에게 은퇴 시장에서 주된 주제인 ‘상속과 증여’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골드미스’이자 ‘커리어 우먼’으로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열심히 자금을 불려 왔던 시기가 끝남과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자산관리를 해야 할지 어렵게만 느껴졌다.

은퇴를 앞둔 고객과 상담하다 보면 오랫동안 반복돼 온 질문이 있다. “내가 죽고 나면 혹은 죽기 전 이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지금까지의 은퇴 후 자산관리가 배우자와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증여와 상속, 그리고 세금을 줄이는 절세 전략에 상당 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구의 모습이 달라지며 이 질문 또한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22년 전체 가구의 34.1%에서, 2052년 41.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2052년에는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이 60.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 이후 자산을 물려줄 자녀가 없거나, 자녀에게 자산을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낮아지는 가구가 앞으로 더욱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은퇴 후 자산관리의 방향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누구에게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서 ‘내가 가진 자산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로 말이다.

평생 모은 돈, 이제는 ‘남기는 기술’보다 ‘쓰는 기술’이 중요

은퇴 후 자산관리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은퇴 이후에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꺼내 쓸 것인지가 더 문제이다. 즉, 중요한 것은 ‘얼마를 모았느냐’에서 ‘어떻게 꺼내 쓸 것이냐’로 자산관리의 초점을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즉시연금에 가입한다고 하자. 상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사망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속형’을 고려할 수 있지만, 본인의 생활비와 여가비로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고 싶다면 일정 기간 연금을 집중적으로 받는 ‘기간 지정형’을 검토할 수 있다. 같은 연금 상품이라도 관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저축성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사망 시 자산을 남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중도 인출이나 자동 인출 등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상품을 활용하면, 자산을 ‘보관하는 돈’에서 ‘사용하는 돈’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인출 조건과 비용 등은 상품별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국민연금도 ‘몇 살부터 받느냐’가 자산관리

국민연금 역시 지급개시 연령이 되면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재무와 건강 상태에 따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소득 부재로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감액을 감수하더라도 조기노령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금융자산이나 근로소득 등으로 당장 생활이 가능하고 기대수명이 길다고 판단한다면 연기 연금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최대 5년까지 수령 연령 전후로 수령 시점을 조절할 수 있으며, 연기한 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감액되거나 증액된다. 즉 ‘일찍 받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라거나 ‘늦게 받을수록 무조건 유리하다’라는 답은 없다. 건강, 기대수명, 다른 소득과 자산, 그리고 은퇴 후 소비계획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야 할 것이 건강보험료다. 공적 연금 소득에 해당하는 국민연금 수령액으로 인해 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안내에서도 연기 연금으로 연금액이 증가할 경우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유념토록 하고 있다. 단순히 ‘연금액이 늘어나는 것’만 초점을 잡아 선택하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손익을 따져보아야 한다.

연금은 무조건적인 인출 혹은 절세보다 내 조건에 맞게

IRP와 연금저축 같은 사적연금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퇴직과 동시에 계좌를 해지해 일시금으로 찾는 경우다. 당장 목돈이 필요하거나 대출 상환 등이 목적이라면 예외지만, 단순히 예금이나 입출식 계좌에 옮겨둘 생각이라면 한 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연금계좌 밖으로 꺼내는 순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그늘 아래 놓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금계좌는 재직 중에는 세제 혜택을, 퇴직 후에는 저율과세와 과세이연 혜택을 제공하는데,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을 연금 외 방식으로 인출하게 되면 1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고, 퇴직금도 일시금 수령 시 30~50%의 퇴직소득세 절세 혜택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단순한 자금 이동이라면 IRP 내 예금이나 연금저축펀드의 채권형 상품 등을 활용하여 운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길 바란다.

두 번째는 반대로 지나친 절세 강박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간 사적연금 1,500만 원 기준이다. 사적연금 수령 시 연간 1,500만 원이 넘으면 세금 폭탄을 맞는다고 생각해 연금 수령액을 지나치게 낮추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재 세법상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 1,500만 원을 초과하더라도 종합과세와 분리과세 중 본인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더불어 은퇴 초기에는 기존의 소비 패턴이 비슷하게 유지되며, 취미와 운동, 문화생활이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오히려 지출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자산 여력이 있다면 세금 때문에 연금 수령액을 지나치게 낮추기보다, ‘활동기에는 더 많이, 안정기에는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도록 수령 시기와 금액을 배분하는 것이 현실적인 연금 설계가 될 수 있다. 절세는 중요하지만, 자산관리의 목적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달러로 받는 연금’도 방법

은퇴 후 해외여행이나 체류를 계획하고 있다면 자산 일부를 달러로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달러로 매월 연금을 받거나 일정 기간 거치한 뒤 목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달러 보험 등을 활용하면 향후 발생할 달러 지출에 직접 대응할 수 있다. 물론 달러 자산이라고 해서 환차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달러 연금보험은 원화 연금보험 대비 높은 이율을 제공하고, 달러를 포트폴리오 속 안전자산으로 보유하거나 실제 사용자금으로 활용하며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환차익을 노리는 전략으로 활용한다면 바람직한 자산 배분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이제 은퇴 설계의 기준은 ‘내가 어떻게 잘 쓸 것인가’

그동안 은퇴 설계에서는 죽을 때까지 자산을 보존하고, 세금을 최대한 줄이고, 자녀에게 많이 이전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여겼다. 그러나 앞으로는 퇴직 후 자산관리의 기준과 목표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30년 동안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건강할 때 좋은 음식을 먹고, 골프를 즐기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자산 활용일 수 있다.

이제 5060세대에게 은퇴는 단순히 ‘소득이 끊기는 시점’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일하며 축적한 자산을 본격적으로 삶에 사용하는 시기다. 그렇다면 은퇴 설계 역시 자산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 은퇴 설계의 질문을 바꿔볼 때다. “누구에게 얼마나 남길 것인가”에서 “내가 어떻게 잘 쓸 것인가”로 말이다. 절세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상속 역시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은퇴 이후의 자산관리는 결국 돈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를 넘어,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삶에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에 대한 설계여야 한다. 본인에게 맞는 은퇴 이후의 자산관리를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말해주길 바란다. ‘Bravo!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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