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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시장 원격조정 불가능…지방이전 땐 위기대응력 약화”

21.08.2026 1분 읽기

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금융 공공기관을 지역별로 분산해 옮길 경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위기 대응 능력도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개별 부처와 기관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깜깜이’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21일 “금융 당국이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이전하면 금융 경쟁력이 하락해 한국은 영원히 금융 허브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업의 특성상 법률과 회계 등 연관 생태계와 밀접하게 붙어 있어야 하는데 금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결집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금융 흐름을 총괄하는 부처는 멀리 떨어져서 리모트 컨트롤(원격 조정)할 수가 없다”며 “시장과 밀착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르면 연내 금융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방안’에 따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부산으로 보내는 안도 논의 중이다. IBK기업은행도 복수의 후보지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위와 함께 세종으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전 검토 공공기관만 350개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금융 공공기관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전직 금융감독원장도 “금융 당국이 서울을 떠나 지방에 있으면 업무 협조는 둘째치고 금융 문제를 다루는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지방에 있으면 정보를 공유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지방 이전한다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요 기관의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금융도시로서의 서울의 입지도 다시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서울은 2026년 순위에서 전 세계 137개 도시 가운데 종합 8위를 차지했다. 도쿄(10위)와 파리(19위) 등 주요 도시를 제쳤다. 전 이사장은 “해외투자 등은 국제적인 플레이어들과의 밀접한 교류 관계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적인 공항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밀접한 교류 관계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금융기관을 지역 간 나눠 먹기식으로 흩어놓는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산은·수은·기은 등 국책은행을 두고 부산·대구·전남·충북 등 전국 10개 시도가 기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농협의 경우 농협중앙회는 전남, NH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 등 금융 계열사는 부산 등으로 동일 그룹을 분산하는 방안마저 거론된다. 전직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 기관 이전 자체는 정책적 결정이지만 균형 발전이라는 판단으로 여기저기 분산 배치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면 한 곳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직 한은 총재는 “지역 소멸 단계에서 균형 발전이라는 대명제는 동의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개별 기관에 따라 사안별로 판단할 필요는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 조합원 250여 명은 이날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청와대 사랑채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한 뒤 집회를 개최했다. 민간 협동조합으로 지방 이전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이전 효과도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농협 노조의 관계자는 “농업인 조합원 200만 명이 전국에 분포돼 있는데 특정 지역 이전은 지역 간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며 “이전 비용도 최대 2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농업인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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