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설하기로 한 미래대응기금의 핵심은 경직적 ‘초과세수’를 더 유연한 ‘추가세수’로 바꾸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초과세수(당해 연도 세입예산치보다 더 걷힌 세수)가 발생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을 집행할 수 있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으면 초과세수가 세계잉여금으로 전환된 뒤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 등의 순서로 사용된다.
문제는 추경 편성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경 편성을 시작해 국회를 통과한 뒤 실제 현장에 돈이 쓰이기까지는 적어도 석 달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추가세수를 통해 적립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성격이 다르다. 추가세수는 내년도 세입예산이 최근 10년 장기 추세치를 초과해 걷혔을 때 발생한 세입을 뜻한다. 이때 기준치는 2년 전 세입 결산액이 된다. 가령 2025년 세입 결산액이 100조 원이고 최근 10년(2015~2025년) 세입 결산액의 평균 증가율이 6.6%라고 가정하면 이를 2년간 적용한 2027년도 추세치는 113조 6000억 원이 된다. 만약 내년 세입이 130조 원이라고 가정하면 그 차액인 16조 4000억 원이 추가세수가 되는 구조다.
이렇게 쌓인 미래대응기금은 지출 금액 20% 범위까지는 국회 승인 없이 정책 수요에 맞게 사업 지출 금액을 변경할 수 있다. 추경을 편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재정 집행의 자율성과 속도가 더 커 일종의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게 가능해지는 셈이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아직 내년도 세수 규모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대응기금의 전체 규모는 이달 말 2027년도 예산안 발표 때 공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 교부금 20조 원 감소 등을 감안하면 전체 규모는 최소한 100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 자금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 ·인재 등 4개 계정으로 나눠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쓸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성장동력 분야에서는 프런티어급 인공지능(AI) 개발과 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AIDC) 등을 지원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도 기금을 투입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기술 육성에도 재원을 쓰고 청년 분야에서는 일자리와 주거·자산 형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재원이 충분히 쌓였을 때 어느 계정과 사업을 우선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준칙은 나오지 않았다. 이를테면 내년에 미래대응기금으로 AI 전력 인프라와 청년 주거, 지방 인프라 가운데 어느 분야에 우선 투자할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결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재원이 배분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지출 목적이 정해진 기존 기금과 달리 포괄적인 세입을 재원으로 국가의 광범위한 정책 분야에 투자하는 구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이 모여 있으면 누구나 자기 사업에 쓰고 싶어 한다”며 “ 미래 성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에서도 기금 재원을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계속 나올 수 있는 만큼 기금을 처음 만들 때부터 거버넌스를 제대로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미래대응기금 일부를 국회의 재정 통제 없이 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래대응기금은 기금운용계획을 낼 때 국회의 심의·의결을 받기는 하지만 이후 실제 사업 과정에서 집행을 할 때는 지출금액의 최대 20%까지 국회 승인 없이 변경이 가능하다. 사실상 국회의 견제를 덜 받는 추경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정부 예산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규모가 20%라고 하더라도 국회 승인 없이 예산 통제 원칙에서 빠져나가는 영역이 존재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기금은 일반예산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만큼 국회의 관리·감독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몇 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거나 정부가 주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식의 제도적 장치를 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가 부채 상환이 사실상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268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27조 원 늘었다. 국가채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고채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발행 잔액은 올해 7월 말 기준 1241조 6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7월 국고채 조달 금리가 4.07%에 달하면서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전 재정을 위해 늘어난 세수로 국가채무를 줄이고 국채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정 운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