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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모르면 우리말 속뜻 이해 안 돼… 한글 교육 변화해야”

21.08.2026 1분 읽기

미국 출신의 방송인 타일러 러쉬는 수많은 ‘대한 외국인’ 가운데 압도적으로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뽐낸다. 그는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게 된 비결 중 하나로 한자 공부를 꼽았다. 그가 건넨 노하우는 “한국어를 깊이 이해하려면 한자를 외워야 한다”였다. 우리 말의 속뜻을 제대로 알려면 한자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한국어 능통자의 조언이었다.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20일 경기도 하남시 속뜻사전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의 속뜻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며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서 문자에 대한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 교수는 중국어 전공이지만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자어 의미를 풀이한 속뜻풀이 사전을 펴냈다. 또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에 대한 한글 서사 체계를 연구한 한글 서사학 관련 논문 15편을 발표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한글과 한국어를 착각한다며 “영어알파벳 26개를 안다고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한글 자모 24개를 안다고 한국어를 이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과 한자를 수저와 같은 관계라고 칭한다. 이른바 ‘시저론(匙箸論)’이다. 그는 “한자를 몰라도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숟가락질을 배웠다고 젓가락질을 안 배워도 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은 표음기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표의문자인 한자와 한글은 상호배타적인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10대들의 어휘력 향상 등을 위해 한자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한자 교육이 등한시되면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심심(甚深)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이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한자 교육을 제대로 하면 한글도 제대로 쓸 수 있다”며 “초중고 한글 교육의 방향도 한자를 배제할 것이 아니라 한자를 통해 한글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애국가 가사만 해도 그렇다”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보전하세는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한자를 모르면 진정한 뜻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광화문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올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한자로 적힌 광화문 현판 아래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할지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전 교수는 “코리아(Korea)를 알파벳이 아닌 한글 ‘코리아’로 썼다고 해서 한글을 사랑하는 것이냐”며 “‘임금의 큰 덕(德)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광화문(光化門)의 본뜻을 간과하고 단순히 한자를 한글로 바꿔 쓴다는 것은 무지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무조건 한글만 쓰는 것이 한글 사랑이 아니다”라며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문자에 대한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한국은행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상업계 고교를 졸업한 뒤 한은에 입사했고, 성균관대 야간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당시 한은 동기들이 야간대에서 법학·경영학 등 업무와 관련된 분야를 학습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그는 결국 10년 만에 ‘신의 직장’에서 퇴사했고, 대만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당시 성균관대에서 매년 1~2명을 선발해 대만으로 유학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야간대학생 중 유일하게 합격했다”며 “당시에 한자 공부하겠다고 사표 낸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것. 고문서를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을 만큼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6년 전 대학 강단을 떠난 그는 최근 중국 고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6월 출간한 중국어판 ‘삼호신편(三好新編) 삼국연의’가 대표적이다. 현재 한국어판을 출간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그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삼국지는 청나라 평론가 모종강의 개정본”이라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원작을 토대로 집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작의 희곡적 표현을 최대한 살려냈다. 쉽게 읽고, 알고, 찾기 좋게 쓰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더 많은 사람이 삼국지를 접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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