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요리를 만날 때 흔히들 요리의 비법을 알고 싶어 한다. 요리사는 최상의 요리를 위해 자기만의 비법 양념을 만들어내고, 여기서 탄생한 환상적인 맛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있고, 좋은 이야기 속에는 위트가 숨겨있다. 위트는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심각하게 가라앉지 않는 ‘특유의 유쾌함’이다. 한눈에 보이지 않기에 차분하게 바라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그렇듯 숨겨져 있는 것들을 찾다보면 그림 속 이야기가 완성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는 9월 2~8일까지 조경훈 작가의 개인전 ‘그림이 이야기를 만든다2: 은(隱)’을 연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1992년부터 노방에 먹, 채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과거 여성들의 한복 안감으로 많이 쓰인 노방은 촉감이 가슬가슬하다. 작가는 주로 화학안료를 사용하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노방 위에 아교를 발라 초기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작업은 노방의 특성과 아교의 포수 작업이 만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비를 통해 위트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2024년 열었던 개인전 ‘그림이 이야기를 만든다: 상상’의 후속 성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당시 전시에선 동화 속 주목받지 못하는 일화를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냈다. 노방 작업을 통해 뒷면 그림자가 작품의 입체성을 드러내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 속에 숨어 있지만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탐색하는 데 집중했다. 그림의 모든 부분이 한눈에 드러나진 않기에 발견하는 재미, 발견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작품을 완성하는 요소가 됐다. 강렬한 목란에 숨어 있는 나비(호적도), 민들레 속에 숨어 있는 여치와 굼벵이(조충도), 거친 폭포의 뒤에 숨어 있는 용(어변성리도), 헨젤과 그레텔의 생명줄이었던 자갈들, 그리고 사냥꾼이 찾고 있었던 포도밭에 숨어 있는 사슴이 상황의 본질을 보여준다. 숨은 것들을 찾은 이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작가는 “한눈에 드러나는 것보다 천천히 발견되는 것, 심각함보다는 유쾌함이 작품 안에 머물기를 바란다”며 “숨겨져 있는 것을 하나씩 찾아가는 순간, 그림 속 이야기는 비로소 완성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