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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분단의 기억 서린 그 곳…고궁 너머 한국에 빠지다

19.08.2026 1분 읽기

“오늘날의 한국이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려면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의 대만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서울 식민지 역사투어’에 달린 후기 내용이다.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본 이 여행객은 “충격적이면서 눈을 뜨게 하는 역사였다”며 지금의 한국을 이해하려면 그 과정을 직접 봐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국 문화가 K팝과 한복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사건과 유물들이 오늘의 한국과 한국인의 생활 방식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대문형무소와 딜쿠샤·덕수궁·숭례문 등을 4시간 동안 둘러보는 이 상품은 평점 5점 만점에 5점을 기록하고 있다.

투어를 마친 뒤 개인적으로 다른 역사 시설까지 찾아간 여행객도 있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비아터의 역사 투어에 참여한 한 외국인은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후기를 올렸다. 가족 대부분이 한국 근현대사를 처음 접했다는 그는 이튿날 전쟁기념관을 따로 찾아 한국전쟁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역사 여행이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 고궁 방문을 넘어 식민 지배와 독립운동, 한국전쟁과 분단, 독재와 민주화 등 근현대사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수요를 겨냥한 근현대사 투어도 글로벌 OTA에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역사유적은 이미 방한 외국인의 주요 관광 코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방한 외래객의 35.3%가 여행 중 고궁 및 역사 유적지를 방문했고 21.4%는 박물관·전시관을 찾았다.

특히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N차 관광객’이 늘면서 첫 방문에서 고궁과 쇼핑·K콘텐츠 관련 명소를 둘러본 외국인들이 2회·3회 차 방문에서 근현대사 현장과 지역의 역사·문화 탐방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방한객의 재방문율은 56.6%로 2024년(54.7%)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고궁을 찾는 외국인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4대 궁과 종묘·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은 1781만여 명으로 처음 1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약 427만 명으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고궁을 중심으로 형성된 역사 관광 수요가 근현대사와 지역사를 다루는 상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 관광 상품의 종류도 세분화되고 있다. 비아터의 ‘피, 눈물 그리고 독립’ 투어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식민 지배와 독립운동을 짚은 뒤 남산과 민주화운동 관련 공간으로 이어진다. ‘DMZ 투어’에서는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를 둘러보는 것은 물론 탈북민으로부터 직접 북한의 생활과 분단 현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군이 중공군과 싸웠던 파주 글로스터 고지를 임진각·DMZ와 함께 둘러보는 상품도 있다.

역사의 범위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길거리를 걸으며 군 복무와 교육, 취업, 주거, 결혼 등 오늘날 한국인이 살아가는 방식을 설명하는 투어도 등장했다. 겟유어가이드의 ‘강남 청년과 사회 투어’에 참여한 한 관광객은 “넷플릭스에서 보는 것 너머의 한국인의 실제 삶을 알게 됐다”고 했다. K콘텐츠로 한국을 접한 외국인이 화면 밖의 실제 한국 사회까지 궁금해한다는 방증이다.

서울 밖 각 도시의 역사를 축제와 여행 코스로 만든 상품도 인기다. 수원에서는 정조의 화성 행차를 재현하는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등이 외국인을 맞이하고 있다. 수원시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행사와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등 3대 가을 축제에 외국인 3만 5051명이 참여했다.

부산은 조선통신사와 한국전쟁 당시 피란 수도였던 역사를 관광 자원으로 삼았다. 조선통신사축제에서는 조선시대 한일 외교사절단의 행렬을 재현하고 외국인 참가자를 모집한다. 피란 수도 유산과 유엔기념공원을 돌며 부산과 참전국의 역사를 설명하는 투어도 운영된다. 경주에서는 불국사와 석굴암·대릉원 등 신라 유적에 천년 왕국의 흥망과 인물 이야기를 더한 외국인 대상 투어가 운영되고 있다.

관광 업계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역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관광객을 유치할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올 3월 ‘인바운드 활성화를 위한 지역관광 성장 전략’ 보고서를 통해 외래객의 지역 방문을 확대하고 지역을 독자적인 관광 목적지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한 관광 업계 관계자는 “한 번 다녀간 외국인일수록 재방문 시에는 유명 관광지보다 그 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며 “지역의 역사를 해설과 체험으로 풀어낸 상품이 재방문객의 지방 체류를 늘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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