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400명에 불과한 장기 기증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연명 의료 중단 후 심장사한 기증 희망자의 장기 기증(DCD)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수행할 준비가 된 병원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과 장비 등 인프라 보강을 포함한 체계적인 준비 없이 법 개정만 서두를 경우 도리어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연중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의 일환으로 전국 장기이식 의료기관 110곳의 이식외과 전문의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속 병원에서 DCD를 즉시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답변은 10.9%에 그쳤다.
응답자의 60.0%는 ‘인력과 장비 보강 등의 수립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26.4%, ‘잘 모르겠다’는 2.7%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장기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법 개정을 포함한 첫 종합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대부분이 즉각적인 시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DCD 도입 취지 자체에는 공감대가 컸다. DCD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3.6%가 찬성했다. 16.4%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10.0%에 그쳤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현장 실행 능력에 커다란 간극이 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DCD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장기 기증 희망 등록 기관을 2배 가까이 늘려 2024년 기준 3.6%였던 장기 기증 희망 등록률을 2030년 6%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DCD 제도를 전면 시행하기에 앞서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로 응답자의 44.5%는 ‘명확한 사망 판정(심정지) 기준 법제화’를 꼽았다. ‘별도 수가 신설과 재정 지원의 조기 확정’이라는 답변이 28.2%로 뒤를 이었다. ‘거점 의료기관 대상 단계적 시범사업 실시 및 문제점 보완(20.0%)’ ‘의료진 사전 교육 및 모의훈련 지원(7.3%)’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김범석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은 “기증 활성화라는 목표가 현실화되려면 현장의 희생이 아닌 법적·재정적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며 “DCD 시범사업을 거쳐 현장 인프라를 정비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