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치킨에 곁들이던 생맥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내년부터 생맥주에 적용해온 주세 20% 감면 혜택을 종료하기로 하면서다. 세금 자체의 인상분은 500㏄ 한 잔당 약 130원 수준이지만, 유통비와 음식점의 인건비·임대료 부담까지 더해지면 실제 판매가격은 이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생맥주 판매 비중이 높은 치킨집과 호프집 등 소규모 외식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맥주 주세 20% 감면 종료…500㏄당 세금 약 130원 추가
16일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월 31일 종료되는 생맥주 주세율 한시 경감 제도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생맥주에도 일반 맥주와 동일한 주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별도의 추출장치를 사용하는 8L 이상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생맥주는 일반 맥주 주세의 80%만 적용받는다. 일반 맥주의 주세는 1㎘당 88만5700원이며, 생맥주에는 20%를 낮춘 70만8500원이 적용된다.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생맥주 주세가 1㎘당 17만7200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 제도는 2020년 맥주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생맥주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적용기한이 연장돼 올해 말까지 유지돼 왔다. 정부는 제도 도입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만큼 “세제지원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해 종료하기로 했다.
주세에 연동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고려하면 출고 단계의 세 부담 증가액은 1㎘당 2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L짜리 생맥주 한 통을 기준으로 약 5000원, 500㏄ 한 잔으로 환산하면 약 130원의 세금이 추가되는 수준이다.
세금은 130원…실제 가격은 500~1000원 오를 수도
문제는 세금 인상분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만 반영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맥주는 제조사에서 출고된 뒤 도매업체를 거쳐 음식점과 주점에 공급된다. 출고가격이 오르면 도매 마진과 배송비 등 유통비용이 붙고, 음식점 역시 임대료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음식점과 주점에서 판매하는 500㏄ 생맥주 가격이 500~1000원가량 오를 가능성을 거론한다. 다만 이는 세금 인상분만을 단순히 계산한 금액이 아니라 유통비와 업소의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한 업계 추정치다.
생맥주 한 잔의 세금이 약 130원 늘어난다고 해서 음식점이 판매가격을 130원만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식업계에서 메뉴 가격을 통상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가격 인상 폭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생맥주 판매 비중이 높은 호프집과 간이주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대형 매장은 물량을 앞세워 출고가격을 협상하거나 다른 메뉴에서 마진을 보전할 여지가 있지만, 소규모 점포는 비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주류업계에서는 고물가와 내수 부진으로 외식업계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맥주 세제 혜택까지 사라지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은 생맥주 세율 낮추고 호주는 인상 동결
해외에서는 생맥주를 외식업과 연계된 품목으로 보고 세 부담을 낮추거나 인상을 억제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은 2023년 주류세 개편 과정에서 펍 등에서 판매되는 생맥주에 ‘드래프트 릴리프(Draught Relief)’를 도입했다. 이후 생맥주에 대한 세금 감면 폭을 확대해 2024년 발표 기준 맥주·사이다의 세율 차이는 13.9%까지 커졌다.
호주 역시 2025년 8월부터 2년간 생맥주에 적용되는 소비세 물가연동 인상을 동결했다. 호주 정부는 생맥주 세금 동결이 펍과 양조업체, 소비자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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