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우리나라 국립공원 곳곳엔 일제강점기 독립을 바라는 염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국립공원공단은 선열들이 국권 회복과 독립을 바라며 남긴 흔적을 소개했다.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아래 바위에는 구한말 유학자 묵희가 짓고 권륜이 글씨를 쓴 392자의 글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려 오랑캐를 물리치고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는 내용이다. 이 바위글씨는 권상순 의병장 후손이 2021년도 9월에 발견하고 국립공원공단에 조사를 요청청해 2024년 8월 공개됐다.
천왕봉 바위 글에는 동아시아 역대 왕조들의 흥망이 간추려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가 반드시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역사를 상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전국 국립공원에서 확인된 근대 이전 바위글씨 중 가장 높은 지대(해발고도 1900m대)에 위치해 있고 글자 수도 가장 많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북한산국립공원 백운대에는 3·1독립만세운동 당시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독립운동가 정재용 선생이 3·1 운동 이후 새긴 글이 있다. 정 선생은 ‘독립선언문은 기미년 2월 10일 최남선이 작성했고 3월 1일 탑동공원에서 자신이 독립선언 만세를 도창했다’고 남겨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사실을 후세에 영구히 전하려고 했다.
북한산국립공원의 석굴암(경기 의정부시)은 김구 선생이 상해로 망명하기 전 몸을 숨긴 은신처로 알려진 곳이다. 해방 후 다시 이곳을 찾은 김구 선생이 남긴 친필은 오늘날 독립운동과 광복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역사문화자원으로 평가된다.
공단은 이런 기록들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만큼 보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재작년 지리산 천왕봉 바위 글씨의 3차원 디지털 기록을 구축한 데 이어 올해는 북한산 백운대 암각문을 디지털 기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보존과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국립공원에 남아 있는 역사문화자원은 선열들의 뜻과 우리 민족의 기억을 담은 소중한 유산“이라며 ”광복절을 맞아 국민들이 국립공원을 찾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그 속에 담긴 독립의 역사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