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치인 42.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이어진 올여름,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의 고령자 건강 이상 징후 포착이 작년보다 최대 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환경에선 고령층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AI 돌봄 서비스도 더 적극적으로 고령자의 안전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기후 빈발, 돌봄인력 부족 추세 속에서 AI 돌봄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NHN(181710) 의 시니어케어 자회사 NHN와플랫에 따르면 ‘와플랫 AI 생활지원사’의 돌봄 인력이 유선 전화로 고령자 안부를 확인한 건수는 6월 일평균 35.8건에서 7월 44.5건, 8월(1~10일) 45.7건으로 증가세다. 경북 경산·포항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7월 셋째 주(12~18일) 일평균 전화 안부 확인 건수는 4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 일평균 전화 안부 건수(35.8건)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AI 생활지원사는 와플랫이 지방자치단체·돌봄기관을 통해 고령자에 제공하는 AI 돌봄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센서로 고령자 활동을 측정해 움직임이 없으면 AI가 알림 메시지를 보내고, 그럼에도 무응답이 이어지면 돌봄 인력이 전화를 건다. 전화까지 갔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 이상 징후가 뚜렷했다는 의미다.
더위와 함께 고령층 활동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와플랫 서비스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걸음 수는 6월 둘째 주(6월 7~13일) 4760보였지만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7월 중순부터 눈에 띄게 꺾였다. 7월 셋째 주 3590보, 7월 넷째 주 3610보, 7월 마지막주 3520보, 8월 첫째 주(3~6일 기준) 3200보 등이다. NHN 관계자는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활동량이 뜸해지면서 안부 확인이 더 촘촘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체감온도가 38도에 이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사망 위험이 19%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AI 전화 안부 확인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에서도 올여름 위험 증상 감지가 급증했다. 클로바 케어콜은 AI와 고령층의 통화 내용에서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이를 지자체에 알린다. 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클로바 케어콜이 지자체에 통보한 실신 증상 위험 알림은 지난해 7월보다 4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열은 237%, 어지럼증은 144%, 호흡곤란은 112%의 오름폭을 보였다.
사람의 손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는 AI 돌봄이 폭염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돌봄은 AI가 전화, 스마트폰 알림 메시지를 통해 고령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면 돌봄이 어려운 시간대와 지역에서 특히 효과가 크다. 3월 연세대 ESG·기업윤리 연구센터가 클로바 케어콜 운영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비스 도입 후 해당 지역 고독사 발생률은 미도입 지역보다 44% 낮게 나타났다. 응급실 방문자 수도 9.2% 줄었다.
실제로 이번 폭염 기간 AI 돌봄 서비스가 고독사 위험에 처한 고령자를 구해낸 일도 있었다. 지난달 10일 경기 양평군에서는 와플랫 AI 생활지원사 서비스가 지역 독거노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 관제사에 알렸다.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관제요원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자택에 진입했고, 어르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구조했다.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43년 요양보호사 약 99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는 등 현재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기술 기반 돌봄 서비스도 빠르게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