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고 두드러기가 나거나 약을 먹은 뒤 몸이 붓고 가렵다면 누구나 불안해진다. 단순히 몸에 맞지 않는 것인지, 실제 알레르기 반응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품알레르기와 약물알레르기는 가벼운 피부 증상으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심하면 호흡곤란이나 혈압 저하를 동반하는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5일 저녁 9시 25분에 방영되는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서는 순천향대서울병원 알레르기면역내과 김정현 교수를 만나 식품알레르기와 약물알레르기의 원인, 진단, 치료와 생활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 해롭지 않은 물질에 면역이 과민반응
알레르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물질에 몸의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말한다. 꽃가루, 음식, 약물처럼 일반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물질이 일부 사람에게는 알레르기 항원, 즉 알레르겐으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항원이 몸에 들어오면 IgE 항체가 생기고, 이 항체가 비만세포나 호염기구 같은 면역세포와 결합하면서 여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같은 음식을 먹거나 같은 약을 써도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알레르기가 생기는 이유는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노출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소인을 가진 사람이 특정 항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몸 안에 항체가 쌓이고, 어느 순간 역치를 넘어서면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릴 때 없던 알레르기가 성인이 된 뒤 새로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음식 먹고 두드러기…식품알레르기 가능성
식품알레르기는 특정 음식을 먹은 뒤 면역반응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표 증상은 피부 발진과 두드러기다. 입술이나 눈이 붓거나 숨이 답답하고 배가 아픈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 “밀가루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증상은 알레르기보다 음식 불내성일 가능성이 크다. 유당불내증처럼 특정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소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식품알레르기 원인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소아에서는 우유, 밀가루, 계란이 흔하고 성장하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반면 성인에서는 견과류와 갑각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성인기에 발생한 땅콩, 견과류, 갑각류 알레르기는 오래 지속되거나 평생 가는 경우가 많다.
◇ 약물알레르기, 간·콩팥 손상 위험도
약물알레르기는 같은 약을 먹어도 특정 사람에게만 두드러기, 부종, 발진, 심한 피부 손상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인 약 부작용과는 다르다. 알레르기를 잘 유발하는 대표적인 약물로는 베타락탐계 항생제, 진통소염제, 조영제, 항전간제, 일부 정신과 약제가 있다.
약물알레르기는 즉시형과 지연형으로 나뉜다. 즉시형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은 뒤 2시간 이내 두드러기, 혈압 저하, 아나필락시스가 급격히 나타나는 경우다. 지연형은 2시간 이후부터 길게는 수주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지연형 약물 과민반응은 전신 피부가 벗겨지고 간이나 콩팥 같은 장기 손상까지 동반할 수 있어 위험하다.
김 교수는 “약을 먹고 피부 발진이 생겼을 때 단순히 참지 말고 가능한 빨리 전문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초기에는 피부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장기 침범으로 진행할지 환자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사진·복용 기록이 진단의 열쇠
식품알레르기와 약물알레르기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이다. 언제, 무엇을 먹거나 복용했는지,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어떤 양상으로 변했는지를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약물알레르기가 의심될 때는 복용한 약 이름과 기간, 증상 발생 시점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피부 발진이나 두드러기가 생기면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품알레르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삼겹살을 먹고 두드러기가 났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원인은 함께 먹은 된장찌개나 소스, 견과류 토핑일 수 있다. 음식명뿐 아니라 소스, 조리법, 함께 먹은 재료까지 가능한 한 자세히 적어두는 것이 좋다.
검사에는 피부반응검사, 혈액검사, 성분 항원 검사, 경구 유발검사, 약물 유발검사 등이 활용된다.
한편, 식품알레르기와 약물알레르기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아나필락시스다.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아나필락시스 병력이 있는 사람은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 펜을 항상 소지해야 한다.
◇ 치료의 기본은 회피…정확한 진단 선행돼야
치료의 기본은 원인 음식이나 약물을 정확히 찾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소아 식품알레르기의 경우 계란, 우유, 밀가루처럼 성장에 필요한 주요 식품을 모두 제한하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의 상태에 따라 소량부터 조금씩 노출해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면역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약물알레르기에서도 대체 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제나 아스피린처럼 꼭 필요한 약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탈감작 치료를 통해 매우 적은 양부터 천천히 투약해 필요한 치료를 이어가기도 한다.
김 교수는 “검사 없이 추측만으로 ‘나는 항생제 알레르기가 있다’, ‘나는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고 단정하면 불필요하게 많은 음식을 피하거나, 반대로 진짜 원인을 놓쳐 다시 심한 반응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제 알레르기가 맞는지, 어떤 성분을 피해야 하는지,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전문적인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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