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항공사 여객 사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고환율로 한국인의 해외여행 부담은 커진 반면 외국인에게는 한국 여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입출국 수요가 엇갈린 결과다.
대한항공 52%·아시아나 53%…여객 매출 절반 이상 ‘해외서’
14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 가운데 해외에서 판매된 비중은 52%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에서 6%포인트 상승하면서 절반을 넘어섰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해외 여객 매출 비중이 지난해 2분기 48%에서 올해 53%로 5%포인트 높아졌다. 두 항공사 모두 국내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여객 매출이 더 많아진 셈이다.
전체 여객 매출도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여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8% 늘어난 2조8479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4.6% 증가한 1조280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해외 여객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원화 약세로 항공유 등 달러로 지급하는 비용 부담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한 2618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별도 기준 29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에 지난해 화물기 사업 매각, 대한항공과의 통합 준비 비용 등이 겹친 영향이다.
한국인은 덜 나가고 외국인은 몰렸다…입국자 20% 급증
항공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진 배경에는 원화 약세에 따른 여행 수요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501원으로 전년 동기 1399원보다 102원(7.3%) 상승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같은 달러 가격의 항공권이나 숙박·식사 등에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외국인에게는 한국에서 쓰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유가에 따른 유류할증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인의 해외여행 심리는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입출국 통계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66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는 597만명으로 같은 기간 20.40% 급증했다.
환율만이 원인은 아니다. K팝과 K드라마, K뷰티 등 K컬처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을 찾으려는 관광 수요 자체가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정학적 요인도 더해졌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중동계 항공사의 운항이 감소하면서 이탈한 일부 해외 환승 수요가 국내 국적기로 유입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영향으로 한국발 수요가 위축된 반면 원화 가치 하락 및 K컬처 경쟁력 강화 효과로 인바운드 수송이 증가했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한국 돈은 안 됩니다”…태국 공항서 원화 환전 거절당하기도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해외여행 현장에서 원화 환전을 거절당한 사례도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여행 유튜버 조튜브는 지난 11일 공개한 영상에서 아내와 태국 방콕을 찾았다가 공항 환전소에서 원화를 바트화로 환전하려 했지만 거절당한 사연을 공개했다.
조튜브가 직원에게 “한국 돈은 안 되냐. 달러만 되냐”고 묻자 직원은 원화 환전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환전하지 못한 그는 “원래 태국에 올 때 무조건 원화만 갖고 온다. 항상 와서 바꾼다”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다 살다 원화 거절을 당해본다. 원화가 무슨 지경까지 간 거냐”고 토로하며 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달러나 바트화를 미리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이후 방콕 시내의 다른 환전소에서는 원화를 정상적으로 바트화로 바꿀 수 있었다.
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원화 가치 하락 때문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평균 월간 환율 변동폭은 47.0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변동성이 컸던 2009년 61.2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다만 공항 환전소가 원화를 받지 않은 이유가 원화 가치 하락이나 최근 환율 변동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전소마다 취급하는 외화 종류가 다른 만큼 해당 환전소의 자체적인 통화 취급 정책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