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금융이 취급하는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계좌대월 잔액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비대면 가입이 안 돼 이용이 불편한 데다 주된 이용 고객인 공무원들의 수요가 감소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체국의 올 3월 말 현재 가계여신 잔액은 2711억 원으로 통계가 있는 2010년 이후 최고치였던 2011년(5816억 원)과 비교해 46.6% 줄었다.
우체국의 가계여신은 지난해 3월 말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장기적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연말 기준으로 보면 2010년 이후 4000억~5000억 원대를 오가던 잔액이 2020년 3624억 원, 2021년 3401억 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부터는 3000억 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올해는 2000억 원대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신탁계정 등을 포함한 우체국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4월 1조 1125억 원으로 2016년 7월(1조 1021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08년 12월에는 2조 5249억 원으로 2조 원을 웃돌았던 잔액이 장기간에 걸쳐 절반 가까이 축소된 것이다.
금융 영업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우체국의 예금 수신액은 2011년 말 56조 4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90조 5000억 원으로 60.5%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계여신은 대폭 줄면서 수신 대비 가계여신 비중은 약 1.03%에서 0.34%로 낮아졌다.
우체국예금은 여신 업무가 제한돼 시중은행처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폭넓게 취급하지 않는다. 가계여신으로 분류되는 계좌대월은 미리 정한 한도 안에서 계좌 잔액을 넘어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이다. 상품은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예금담보 계좌대월, 공무원·별정우체국 직원 등이 이용하는 퇴직급여 계좌대월과 공무원, 별정우체국 직원, 교사, 언론인 등이 이용하는 일반 계좌대월 등이 있다.
이 중 잔액의 상당 부분은 공무원 대상 퇴직급여 담보 계좌대월인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급여 계좌대월은 퇴직 예상 급여의 50% 내에서 5000만 원까지 이용할 수 있어 장기 재직자일수록 대출 여력도 커진다. 우체국 측은 2019년께까지는 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장기 재직자가 많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퇴직급여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반면 이들의 퇴직 이후 잔액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계좌대월의 취급을 줄이거나 한도를 축소한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 금융사의 대체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이용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체국 직원들도 퇴직급여 담보 대월보다 은행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최근 3년간 잔액이 300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의 낮은 접근성도 한계로 꼽힌다. 계좌대월은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이 불가능해 우체국 금융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상대적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면 창구 역시 줄고 있다. 우체국 금융영업점은 2010년 2761곳에서 올 3월 2386곳으로 375곳 감소했다.
상품 경쟁력도 높지 않다. 우체국 일반계좌대월 금리는 7월 기준 연 5.44~5.52%, 퇴직급여담보대월 금리는 4.84~4.92%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의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KB국민은행 4.60% △신한은행 5.25% △하나은행 5.08% △우리은행 5.03% △NH농협은행 4.88% 등으로 우체국 상품의 금리 이점이 크지 않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예금 고객들은 높은 수익률보다 원금과 이자를 국가가 보장하는 안정성을 보고 자금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 특성상 급전 수요 때문에 계좌대월까지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좌대월 상품은 현직 공무원에게 금융 편의를 제공하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잔액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