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계획한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3대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이 포함되면서 해당 기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나눠먹기식 금융 공공기관 이전은 글로벌 경쟁력을 해치고 첨단산업 자금 지원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은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고도의 전문성과 글로벌·전국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정책금융의 심장을 인위적으로 쪼개고 지방으로 쫓아내는 것은 국가 첨단산업과 중소기업 자금 생태계의 기반을 뒤흔들 경제적 재앙”이라고 밝혔다.
이들 노동조합은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을 일부러 찢어놓은 나라가 있는가”라며 “한 도시에 모든 금융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핵심 금융기관을 기계적으로 분산시켜 놓고 어떻게 홍콩·런던·뉴욕·상하이·도쿄 등과 경쟁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산은은 국가적 명운이 달린 국민성장펀드와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책임지고 있고 기업은행은 실물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금융을 최전선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수은은 수출산업을 견인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와 금융 외교를 전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개 은행 노조는 11일 퇴근 후 서울 여의도에서 ‘지방 이전 저지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약 2000명이 모일 예정이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참석한다. 이들 은행의 이전 후보지로는 부산·대전·전주·나주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한 지역보다는 여러 지역에 분산하는 형태가 거론된다.
세종 이전설이 나오는 예금보험공사 노조도 11일 정책 토론회를 열고 지방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힌다. 이들은 법무법인 린과 이상훈 경북대 교수, 전선애 중앙대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밀집한 서울이 금융 안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입지라는 주장을 펼 계획이다.
금융 공공기관은 우수 인력 이탈도 우려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부산 본점 이전 논의가 이뤄졌던 2022년과 2023년 자발적 퇴직자 수가 각각 97명, 87명이었다. 2020년과 2021년의 자발적 퇴직자 수 37명, 46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전체의 20~30%의 인력이 퇴사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예보 노조가 6월 재직 직원 7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방 이전 시 계속 근무할 의향을 가진 비율은 5년 차 미만은 12%, 5년 이상~10년 차 미만은 13%에 그쳤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정부가 지방 이전 검토를 중단하지 않으면 총파업과 쟁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특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통해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추가된 만큼 지방 이전도 법률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 노조위원장은 “지방 이전 논의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라며 “개별 구성원에 대한 고려 없는 지방 이전 논의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