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꼽혀온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2028년 중순’이라는 시간표가 제시됐다. 메가 프로젝트 발표 일주일 만에 부지가 확정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부지 활용 시기까지 제시되면서 반도체 기업의 팹 설계와 투자 일정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 프로젝트 2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국방부에 “2028년 중순까지 광주 기지 기능을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배치해 광주 군공항 부지가 반도체 산업단지로 조기에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영구 이전지에 새로운 군공항을 건설한 뒤 광주 군공항을 이전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다른 군공항으로 기능을 우선 분산하는 우회로를 택해 부지 활용 시기를 앞당기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해온 무안 군공항 이전 협상이 교착될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전체 사업까지 줄줄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선 기능 분산, 후 영구 이전’이라는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2028년 중순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는 “임시 배치 이전이라도 군공항 인근 부지에 산단이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군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인접 지역부터 산단 조성에 들어간 뒤 군 기능이 단계적으로 빠지는 데 맞춰 개발 면적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전체 공기를 2~3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군공항은 민간 토지를 수용하는 데 필요한 보상 절차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고 평탄화도 상당 부분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단축시킬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부지 활용 시점까지 제시되면서 기업들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반도체 팹은 공장 건물만 짓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전력과 용수는 물론 초순수 시설과 변전 시설, 도로·물류망 등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입주 시점 역시 팹 건설 일정과 맞물려 있다. 2028년 중순이라는 목표 시점이 제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소부장 기업들도 2028년을 기준으로 설계와 투자 일정을 역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인허가와 기반시설 구축도 같은 시간표에 맞춰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단 계획 수립과 환경영향평가, 토양오염 조사 및 정화, 전력망과 용수 시설 구축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대신 동시에 추진하는 ‘슈퍼 패스트트랙’이 적용된다.
전력과 용수 확보에도 일종의 ‘데드라인’이 생겼다. 대규모 송전망과 용수 시설을 구축해야 하는 기준 시점이 정해진 만큼 정부와 관계기관도 기업들의 팹 건설 및 가동 계획에 맞춰 기반시설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일본 구마모토를 직접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속도 경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에는 일본 구마모토에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됐으면 좋겠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부지와 기반시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규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최대한 빠른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은 변수는 한미 간 군사 협의다. 광주 군공항은 유사시 미 공군 전력이 전개되는 한미 공동운영기지(COB)라는 점에서 기지 기능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미 측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국방부가 앞서 광주 군공항 부지를 적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미 측과 구체적인 시점을 포함한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향후 미군이 광주 기지를 통해 수행하던 전시 증원과 전력 전개 기능을 어느 기지에서 대체할 것인지가 2028년 중순이라는 시간표를 맞추기 위한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광주 군공항은 전투가 아닌 교육·훈련 비행장 성격이 강해서 소산해도 안보 공백에 문제가 없어 한미 간 이견이 크지 않다”며 “격납고, 교육 시설, 숙소, 훈련 공역 등 훈련 시설 분산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이거나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며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선제적 대응을 당부했다. 또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혁신을 이끄는 정부를 넘어서 정부 자체가 혁신 모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