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과제였던 부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국가유산청이 하반기에는 ‘숙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20년 동안 동결된 궁능 입장료를 현실화, 즉 인상하고 종묘 관련 세계유산영향평가도 성사시키기로 했다. 다만 예산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10일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의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국민과 함께 지키고, 미래와 세계로 나아가는 국가유산’을 비전으로 ‘2026년 하반기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7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가유산청은 올해 하반기에도 ‘국가유산으로 만드는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 ‘365일 빈틈없는 국가유산 안전망 구축’, ‘국민 일상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국가유산’의 3가지 역점과제를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K헤리티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연대와 협력을 주도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부산 선언’의 비전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이를 발전시킬 ‘부산 포럼’을 내년 개최해 글로벌 유산 정책에 대한 리더십을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
우리 유산의 세계적 가치 공인을 위한 노력도 가속화해 오는 11월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 등재와 12월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의 뛰어난 유산 보존·복원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문화 영토를 전 세계로 확장한다. 이집트 라메세움 신전, 가나 고성 등 8개국을 대상으로 유산 보존·관리 지원(ODA)을 실시하며, 튀르키예 퀼테페 유적, 베트남·몽골 수중유산 등 다국적 공동 발굴조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국외 사적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하며 8월 중으로 환수 문화유산 ‘안중근 의사 유묵’을 최초 공개해 그 가치를 공유할 예정이다.
기후위기와 재해로부터 국가유산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형 산불에 대비해서 안동 봉정사 등 주요 사찰 5개소 주변에 산불용 대형 자동 물뿌리개(스프링클러)를 내년 시범 설치하고, 국가유산 주변 수목정비 등 완충지대 확보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오는 9월부터는 국보와 보물 등 중요문화유산 180건(358개 CCTV 채널)에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감지체계’를 도입하며, 특별재난선포지역 내 국가유산 피해 발생 시 최대 2000만 원을 즉각 지원하는 ‘긴급보호조치’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유산을 누구나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포용적 기반 시설(인프라)’로 전면 개방해 국민의 일상에 휴식을 제공한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문화유산의 고즈넉한 환경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체류형·사색형 공간을 제공하는 ‘쉼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현충사 등 5개소 주요 사적지의 녹지 공간을 시범 개방해 이색적인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방문객의 1박 2일 체류를 유도하기 위한 특화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한다. 향후 문화유산에서 고품격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K헤리티지 스테이(국가유산 스테이)’ 사업을 통해, 대중에게 차별화된 체류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야외 은행나무 공간을 국민에게 실제 예식 장소로 개방하는 ‘문화유산 속 결혼식’을 운영한다.
규제혁신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 추진한다. 세계유산 주변 보존과 개발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계유산영향평가’ 제도를 고도화하고, ‘발굴현장합동지원단’ 등 규제허가 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를 적극 운영해 대규모 국책사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20년간 동결된 경복궁 등 궁능 관람료의 현실화도 추진한다.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거쳐 오는 11월 중 새로운 관람료 기준을 발표하고,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궁능 보존관리와 관람서비스 개선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편 국가유산청의 최대 숙제 가운데 하나는 예산 확보인데 이것이 내년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인, 올해 국가유산청 예산은 1조 497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9% 증가에 그쳤다. 다만 이는 올해 총 국가예산 증가율(8.1%)보다 낮다. 특히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국가유산청의 몫은 14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체 추경(26조 원)과 비교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예산 증가율(11.2%)과 올해 1차 추경(4614억 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문화재정을 대폭 늘리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취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국가유산청이 하는 사적지라든가 전국에 대부분 다 펼쳐 있습니다. 방금 총리님 말씀하신 대로 국가유산청에서는 전국을 지금 커버하고 있고 그리고 지역 활성화를 같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또 힘이 드는 부분도 많이 있는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은. 서두에 대통령께서 문화재정 (확대를) 말씀하셨는데 거기에 국가유산청 예산도 포함돼 있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업무보고 시간 중에 이렇게 말했는데 이는 업무보고 설명 외에 유일한 발언이었다. 국가유산청 업무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 청장의 이 발언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