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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온라인 혁신으로 세계 1위 지키는데…韓은 규제에 고사 위기

06.08.2026 1분 읽기

미국의 유통업협회인 전미소매협회(NRF)가 4월 ‘2026 글로벌 리테일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세계 1위는 이변 없이 1962년 문을 연 미국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월마트였다. NRF는 월마트를 1위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매장 네트워크와 물류는 물론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투자 덕분”이라고 밝혔다. 2위 아마존을 제외하면 10위까지 슈바르츠그룹(독일)과 알디(독일), 코스트코(미국) 등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유통 업체들이 휩쓸었다.

월마트의 지배력은 온라인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식품 유통 전문 리서치 업체 브릭미츠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소비자들의 식료품 지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다. 이 가운데 월마트의 점유율이 31.6%로 아마존(22.6%)을 앞선다. e커머스가 급성장하는 와중에도 전통 오프라인 업체가 함께 경쟁하며 시장을 이끄는 구도다.

이는 우리나라 유통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 업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2%에서 올해 상반기 59.6%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비중은 23.8%에서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백화점과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 업체도 다르지 않다.

서울경제신문의 자체 분석 결과 올 상반기 전체 식품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이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넘어선 데 대해 업계가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커머스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전통 유통 업체가 이 같은 흐름에서 배제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식품 카테고리마저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업계에서는 규제 해소의 골든타임이 끝나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되고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한다. 업계는 영업시간 단축과 의무휴업이 오프라인 매출 성장 자체를 눌러 e커머스 전환을 앞당겼다고 본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영업시간을 줄이고 격주로 쉬다 보니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도 이번 주 일요일이 마트가 닫는 날인지 헷갈려 아예 발길을 끊었다”며 “온라인의 편리함 때문에 e커머스 식품 구매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규제로 오프라인 소비가 증발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업계는 온라인 성장에서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 내 4600여 개 매장을 자체 풀필먼트센터로 활용하며 온라인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했다. 미국 인구의 90%가 월마트 매장에서 10마일(약 16㎞) 이내에 거주한다는 점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을 매장에서 직접 배송하거나 고객이 사전 주문 후 픽업하도록 했다. 직원이 퇴근길에 배송하는 실험까지 진행하며 온·오프라인 자원을 결합했다.

이 같은 공식은 영국에서도 통했다.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영국 대표 대형마트인 테스코는 5월 기준 현지 식품 시장점유율 28.2%로 1위를 지켰다. 2020년 2월 27.3%에서 오히려 점유율이 늘었다. 온라인 신선식품 전문 업체 오카도(2.1%)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테스코는 기존 대형 매장의 유휴 공간을 도심형 풀필먼트센터로 전환한 전략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e커머스와의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 시장에서는 전통 강자가 여전히 시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규제가 지속된다면 오프라인 업체의 위축을 넘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규제로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탓에 홈플러스의 자산가치가 더 떨어졌다”며 “지금도 인수에 관심 있는 사업자가 있다 해도 유통산업발전법이 막고 있으니 미래 투자를 하기가 겁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소비자에게 쿠팡 외에 대안이 없는 환경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와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골든타임이 지나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의무휴업을 포함한 기존 규제의 전면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유통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다 해도 뛸 선수가 더이상 여력이 없으면 경기는 진행되지 않는다”며 “선수들의 체력이 남아 있을 때 뛰게 해줘야 하고 지금이 그 마지막 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재개되더라도 의미 있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2012년 도입된 월 2회 의무휴업의 타격이 훨씬 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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