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임금 체불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인원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 노동자 수가 줄었는데도 전체 체불액이 오히려 증가하는 등 불황으로 실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의 임금 체불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대검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원은 1만 9669명으로 전년(1만 8998명)보다 3.5% 늘었다. 이는 최근 5년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임금 체불 기소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만 3309명에서 2023년 1만 5055명, 2024년 1만 8998명으로 우상향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도 9022명이 기소됐다. 현재 추세라면 연간 1만 80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 송치된 임금 체불 사건도 지난해 4만 3197건으로 전년(4만 4151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2년(3만 3783건) 대비 약 28%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도 2만 956건이 송치돼 3년 연속 연간 4만 건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주가 수사 과정에서 체불 임금을 지급하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불기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송치 건수 증가 자체가 임금 체불 확산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 수사가 이뤄지는 중대 사건도 늘었다. 지난해 임금 체불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20명으로 전년(31명)보다는 줄었지만 2021년(10명), 2022년(9명)의 두 배 안팎이었다. 실제 구속된 피의자도 11명으로 2021년과 2022년의 각 6명을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 가운데 6명이 구속됐다.
최근 임금 체불 사건을 살펴보면 피해 노동자는 감소한 반면 체불액은 늘어 사건당 규모가 커지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체불액은 2조 678억 원으로 전년(2조 448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2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체불 피해 노동자는 2024년 28만 3000명에서 지난해 26만 2000명으로 감소했다.
체불 대형화의 배경으로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난이 꼽힌다. 특히 건설업은 시행사나 원청의 자금난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타고 하청 업체와 근로자의 임금 체불로 이어지기 쉽다. 건설업 체불액은 2023년 4264억 원, 2024년 4657억 원, 지난해 4028억 원으로 3년 연속 4000억 원을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폐업 신고 건설사도 2902곳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늘어 상반기 기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규모 체불 사건도 잇따랐다. S건설 회장 최 모 씨와 대표이사 정 모 씨 등은 근로자 58명의 임금과 퇴직금 52억 원을 체불한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큐텐그룹 회장과 티몬 대표 등도 근로자 임금 56억 원과 퇴직금 207억 원을 체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금 100억 원대를 체불한 혐의로 기소된 알루미늄 휠 제조 업체 알트론 대표는 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조윤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임금 체불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은 다른 나라보다 약한 편이지만 최근에는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영세 사업장의 소액 체불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경기 침체 업종을 중심으로 건설·제조업에서 대형 체불 사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