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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달라진 中전기차 몰려오는데…안방 지킬 방어막이 없다

06.08.2026 1분 읽기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자동차 전시회에서 비야디(BYD)의 신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씨라이언 6 DM-i’의 가격이 공개되자 장내가 술렁였다. 이 차의 가격은 3750만 원부터 출발했다. 전기차처럼 충전이 가능하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연료로 달릴 수 있는 PHEV 모델인데도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 SUV보다 낮은 수준의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가격”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BYD에 이어 중국 국영 기업인 둥펑이 한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차량부터 고급차까지 전방위적인 공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중국산 전기차는 저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배터리와 주행 성능을 앞세운 고성능 모델까지 내놓으며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는 지난해보다 178.7% 증가한 6만 9513대가 판매됐다.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26.8%에서 35.0%로 늘었다.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 차량 5만 1853대를 제외해도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는 총 1만 7660대가 팔려 8.9%의 점유율로 독일(4.7%)을 뛰어넘었다.

중국 공세의 첨병은 단연 BYD다. BYD는 올해 상반기 1만 1667대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1337대보다 8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BYD는 2000만 원대에 살 수 있는 돌핀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1~7월에는 수입차 전체 차종 중 돌핀(5775대)이 5위, 씨라이언7(5537대)이 6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지커는 고급 SUV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최대 1회 주행가능거리가 483㎞에 이르는 7X를 하반기 중 판매할 예정이다. 이미 예약 판매 한 달 만에 누적 1000대를 넘어서며 흥행에 청신호를 울렸다.

둥펑과 푸조가 공동 개발 중인 콘셉트 6과 콘셉트 8 역시 고급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두 차량은 둥펑의 차세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랫폼에 푸조의 고급 디자인을 결합하는 식으로 출시된다. 순수 전기차와 PHEV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저가형 차량뿐 아니라 고가형 차량에서도 동급 경쟁사 차량 대비 한참이나 낮은 가격을 무기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공급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했고 원재료 조달, 셀 제조, 완성차 생산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는 유럽과 중남미 등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면서 값싼 차량뿐 아니라 고가 차량도 잘 팔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자국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개발한 플랫폼과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거세지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 감소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산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63.9%에서 57.5%로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 생산세액공제 지원 대상에 전기차가 포함되지 않으며 업계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산 전기차의 매력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는 기존 전기차 구매 보조금만으로는 국가 차원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막아낼 수 없다며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전기차를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정부는 다른 산업 대비 전기차의 국내 생산 기반이 양호하고 기존에 지급되는 구매 보조금이 있다며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구매 보조금만으로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BYD는 최근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지만 자체 지원금을 쏟아부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추후 국내 판매 및 수리 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허들을 넘고 보조금을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한국 진출은 단순히 몇 개 브랜드가 들어오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경쟁 구도가 한국 시장에서도 본격화한다는 의미”라며 “국산 전기차가 안방에서라도 똑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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