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환율 안정 지지 발언과 미·일 당국의 엔화 약세 방어 움직임에 대한 경계감에 1420원대로 내려앉았다. 엔화 약세가 원화 등 아시아 통화의 동반 약세로 번지는 것을 미국이 경계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원화 가치에도 힘이 실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8.0원 내린 1424.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430.5원으로 출발해 오전 9시께 1431.7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전 10시께 1430원 아래로 내려온 뒤 낙폭을 키웠고, 오후 12시10분께 1420.8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미국이 일본의 엔화 약세 방어를 지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원화 환율에도 직접적인 하락 재료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 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제와 미국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엔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들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왔다”고 언급했다.
미·일 당국이 지난달 31일 엔화 약세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나선 사실을 공식 확인한 데 이어 미국 재무장관까지 엔화와 원화의 변동성을 직접 거론하면서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정책 대응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엔화 약세가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로 번지는 것을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간밤 미국 반도체주 급등이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진 점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446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2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다만 1420원대 중반에서는 환율 하락 속도가 둔화됐다. 1430원선이 무너질 때마다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추가 하락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일 공동개입이 엔저 흐름 자체를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한국은행 북경 사무소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와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공조가 미국의 대일 지원이라기보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미·일 간 금리 차와 일본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의 구조적 압력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는 각각 3.5~3.75%, 1%로 격차가 크다. 10년물 국채금리도 지난달 31일 기준 미국 4.75%, 일본 2.8%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금리 차를 노린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공동개입이 단기적으로 투기적 엔화 매도 포지션을 위축시킬 수는 있어도 엔저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엔화 약세 경계감은 원화에는 당분간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엔화 약세가 다른 아시아 통화로 전이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의 추가 약세를 제한하는 정책적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