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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주식 매입

05.08.2026 1분 읽기

김현수

논설위원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면 시장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정말 자신이 있구나”, 아니면 “무슨 일이 있나”다. 똑같은 주식 매입 공시인데도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주식을 언제, 얼마에 샀느냐’보다 ‘왜 지금 샀는지’ ‘주식 매입으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가 출렁이자 대기업 총수 등이 잇따라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주식 3620주를 약 49억 원에 매입했고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도 7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최 회장은 “메모리는 우상향한다.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갖고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도 결국 기술 경쟁력이 기업가치를 결정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주식 매입으로 보여준 셈이다.

반면 바이오 업계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리가켐바이오의 창업주 김용주 회장은 주가 하락에 따른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며 15억 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임상 실패로 주가가 급락한 코오롱티슈진의 이규호 부회장도 2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HLB의 진양곤 회장은 간암 신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불발 이후 다시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 펩트론과 알지노믹스 경영진도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지난달에만 15개 바이오 기업 대표가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물론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악재 직후 반복되는 회사 주식 매입은 자칫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 주가와 주주 불만을 달래기 위한 임시처방으로 비칠 위험도 있다.

오너나 경영진의 회사 주식 매입은 책임경영의 상징이다. 하지만 책임은 매수 주문을 넣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에 증명된다. 시장은 회장님들이 얼마나 많은 주식을 샀는지보다 눈앞의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기다린다. 주식 매입은 시작일 뿐이다. 시장은 주식 매입 공시보다 실적과 성과에 대한 공시를 더 오래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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