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 시장 확장과 공급망 재편으로 국내 배터리사의 북미 ESS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소부장 업체도 현지 생산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부품사 서진시스템(178320) 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생산시설을 7월부터 가동했다. 삼성SDI(006400) 아메리카에 ESS용 배터리 인클로저(케이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에서 만든 인클로저를 인디애나 공장으로 옮겨 최종 조립한 뒤 납품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해법으로 ESS가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 ESS 시장은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부품사 신성에스티(416180) 는 올해 3분기 안에 미국 켄터키주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 법인을 세운 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에 납품할 ESS용 수냉식 열관리 부품 생산 라인을 구축해왔다. 신성에스티 관계자는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 비중이 높은데 앞으로는 미국 기업과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으로 고객사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부품사 한중엔시에스(107640) 는 올해 4월 미국 인디애나주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삼성SDI의 ESS 제품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에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세방전지(004490) 는 자회사 세방리튬배터리를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약 1500억 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ESS 시장 성장과 공급망 재편이 맞물린 결과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수요가 커지고 있다. AIDC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중국산 리튬이온배터리에 높은 관세를 매겨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산 조달 비율과 공급망 적격성을 따져 세액공제 혜택을 차등 적용한다.
북미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사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 ESS 시장 규모는 75.9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8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출하량은 LG에너지솔루션이 1.8GWh에서 10.3GWh로, 삼성SDI가 4GWh에서 4.7GWh로 늘었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미국 ESS 시장에서 자리를 넓히는 가운데 소부장 업체도 이들을 따라 북미 생산기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