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데, 비교할 내용조차 없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검찰수사관들은 4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중수청 ‘청사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중수청 설립에 따른 조직 구성과 인사의 ‘큰 그림’만 제시된 데다 공소청에 대해서는 이마저도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임용 희망 신청 여부를 고민할 시간도 많지 않다”며 “검찰수사관을 중수청의 한 축이라고 하면서 지역별로 단 한 차례 열리는 설명회만 듣고 결정하라는 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중수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와 ‘중수청 수사관 임용령’ 제정안을 이달 10일까지 입법예고합니다. 두 제정안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임용 체계입니다.
검사의 경우 지검장급은 1급, 차·부장검사급은 2급 상당 수사관으로 임용됩니다. 법조 경력 10년 이상은 3급, 10년 미만은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은 본인이 희망하면 별도의 공개경쟁시험 없이 중수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됩니다. 이 같은 특례는 내년 4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체제로 꾸려지며 총정원은 2874명입니다. 이 가운데 수사관은 전체의 89.3%인 2567명입니다. 경찰과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도 관련 경력과 자격증, 학위 등을 토대로 경력경쟁채용시험을 거쳐 선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등을 돌며 검사와 수사관을 대상으로 임용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임용 신청을 받아 다음 달 말까지 대상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문제는 검사와 수사관 등이 향후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수청과 비교해야 할 공소청의 조직·인사 체계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법무부는 4일 언론 공지를 통해 “수사준칙 등 하위 법령과 관계 법령이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록 신속히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 등 입법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을 뿐 공소청의 조직 구성과 인사 체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중수청 지방청에 배치될 경우 필요한 관사 등 후속 지원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 검찰수사관은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에는 희망자가 몰릴 수 있지만 지방청은 오히려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삶의 터전이 바뀔 수 있는데도 기존 검찰청과 달리 중수청에는 관사 마련 등 대안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지검 단위로 단 한 차례 열리는 설명회만 듣고 어디로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을 우선 임용한 뒤 경력경쟁채용시험으로 선발하는 변호사 등은 5급 상당 직급으로 임용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범 단계부터 4~5급 자리가 상당수 채워질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수사관들에게 ‘유리 천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검사 등 외부 인력이 중수청 출범과 동시에 4~5급으로 대거 임용되면 기존 수사관들의 실질적인 승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중수청의 5급 이하 수사관은 심사뿐 아니라 시험을 통해서도 승진할 수 있습니다. 우수 수사인력을 특별승진 대상자로 선정하고 특별승진자가 ‘전체 승진자의 30% 이상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규정도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출범 단계에서 4~5급 자리가 이미 채워지면 승진 기회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수사관들 사이에서 중수청 청사진을 두고 ‘도로 검찰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사 문제는 중수청 조직을 일원화하기로 했을 때부터 예견된 사안”이라며 “검사는 물론 수사관까지 우수 인력을 끌어오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개된 구조는 기존 검찰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사 확보는 물론 광범위한 수사 관할에 대응할 조직망과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앞으로 2개월의 골든타임을 놓쳐 적절한 인력을 유치하고 수사 체계를 확립하지 못하면 중수청과 공소청 출범 이후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