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서 하던 역사 여행은 경주에서, 베트남 다낭과 같은 해변·미식·근교 여행은 속초에서 누릴 수 있다. 역사와 자연·미식 등의 여행 경험을 비슷한 다른 도시에서 찾는 ‘듀프(dupe)’ 여행지로 한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듀프는 고가의 유명 상품과 비슷한 만족을 주는 대체품을 뜻한다. 주로 패션과 화장품에서 쓰이던 용어가 여행으로 옮겨오면서 유명 관광지를 대체하는 도시를 가리키게 됐다.
4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주를 찾은 외국인은 70만 719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만 4502명)보다 19.0% 늘었다. 경주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 교토의 대체 여행지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대릉원과 황리단길, 야간 유적을 한 일정에 묶는 경주만의 여행 방식이 알려지면서 독립된 역사 도시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기존 방한 목적지에서 고속철도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덕분에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에서 외국인이 경주 지역 여행 상품을 조회한 횟수는 전년 동기보다 112% 뛰었다. 경주월드 자유이용권 조회 횟수도 73% 증가했다.
지난해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도 해외 인지도를 높였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한국관광데이터랩과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경북을 찾은 외국인은 전년 동기보다 20% 늘었고 경북 여행 관련 소셜미디어 언급량은 33% 증가했다.
속초는 다낭에서 기대하는 해변과 미식, 근교 자연 여행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다낭에서 미케해변과 해산물, 인근 호이안을 함께 즐긴다면 속초에서는 속초해변과 관광수산시장, 설악산을 한 일정에 넣을 수 있다.
게다가 속초는 수도권에서 육로로 이동할 수 있고 설악산과 속초해변, 관광수산시장과 대포항이 한 도시에 모여 있어 산과 바다, 지역 음식을 함께 찾기 쉽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북쪽으로 이동하면 고성의 해변과 화진포·통일전망대까지 여행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이에 올 상반기 속초를 방문한 외국인은 17만 1716명으로 전년 동기(13만 8432명)보다 24.0% 증가했다. 2분기 방문객은 11만 1849명으로 29.6% 늘었다.
부산도 대만과 말레이시아 여행객에게 새로운 단거리 목적지로 떠올랐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의 올해 상반기 대만인 해외 숙소 검색 순위 상위 5개 도시에 부산이 새로 진입했다. 비행 시간이 짧고 바다와 미식·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대안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높였다.
올 1분기 부산을 방문한 대만 관광객은 20만 명을 넘어서며 외국인 관광객 중에 부산을 가장 많이 찾았다. 올여름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의 부산 숙소 검색량도 전년보다 104% 급증했다. 해운대와 광안리 같은 해변에 자갈치시장과 전포동·감천문화마을 등 다양한 경험이 밀집한 점도 부산의 강점이다.
외국인의 여행 범위가 수도권 밖으로 넓어지는 흐름은 전국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올 상반기 지방 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196만 722명으로 전년보다 42.1% 급증했다. 수도권 공항 입국자 증가율(17.3%)의 두 배가 넘는다. 외국인의 서울 외 지역 방문율도 지난해 2분기 31.4%에서 올 2분기 34.2%로 2.8%포인트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