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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경쟁력, ‘관계지능’

03.08.2026 1분 읽기

최근 모교 캠퍼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을 계기로 오랜만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를 찾았다. 한때 더 큰 세상을 꿈꾸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질문은 그때와는 달라졌다. 당시에는 나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성장할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사람과 기업의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 함께한 임직원들과 캠퍼스를 걸으며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번 방문은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뿌리 답사처럼 느껴졌다.

AI 서밋 참석을 위해 전 세계와 미국 각지에서 모인 패널들은 새로운 기술과 미래,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은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아메리칸 드림’을 떠올리게 했다. 세계 각국의 인재를 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전에 기꺼이 투자하는 문화. 혁신은 기술보다 사람과 다양성을 먼저 품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풍경이었다. 이 같은 문화가 우리 기업과 사회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혁신은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이번 서밋은 AI를 이야기했지만 결국 사람을 향했다. 특히 여러 세션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된 것은 기술보다 사람의 성장과 역할이었다. 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교육의 목적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있으며 AI가 답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가 반복됐다. 이를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준 것은 한 연사의 농담이었다. “학생이 AI로 과제를 쓰면 교수도 AI로 채점하고 둘 다 해변에 가서 놀면 되겠네요.” 객석에는 웃음이 번졌지만 그 한마디는 AI 시대에도 교육의 본질은 사람의 성장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가장 공감한 개념은 ‘관계지능(RQ·Relational Intelligence)’이었다. 관계지능은 단순히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고 신뢰를 쌓아 함께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산업화 시대의 경쟁력이 IQ였다면 공감의 시대에는 EQ가 중요했다. AI 시대는 IQ와 EQ를 넘어 사람과 기술, 사람과 사람을 아우르는 통찰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제는 관계지능이 기업과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기업이 찾는 인재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관점을 연결하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주목받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관계지능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관계지능의 본질은 많은 사람을 아는 데 있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며 함께 성장하도록 만드는 역량이다. 위기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는 가장 강한 경쟁력이 된다. 기술은 효율을 높이지만 관계는 지속가능성을 만든다.

AI는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대신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회의 니즈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해 함께 최적의 솔루션을 찾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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