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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침대서 탄생한 ‘타우의 법칙’…中 210조원 보조금으로 뒷받침

02.08.2026 1분 읽기

1987년 중국 광둥성 선전에 문을 연 화웨이는 지난해 1260억 달러(약 182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만 TSMC,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화웨이가 매출의 약 21.8%를 연구개발(R&D)에 다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매출 대비 11%가량을 R&D에 쓰는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2배에 이른다.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10년 동안 끊임없이 미국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배경에 이 같은 과감한 투자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이 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중국몽’이 기업 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저력은 화웨이가 5월 발표한 일명 ‘타우의 법칙’에서도 드러난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는 2 ㎚(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게 상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로직폴딩’ 기술을 통해 2031년 1.4나노 칩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년간 타우법칙을 이미 적용해 설계·생산한 반도체만 381종에 이른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2일 “기술적 난제가 상당해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수율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은 사실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화웨이이기 때문에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패해도 좋다는 과감한 도전의식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끈 핵심 원동력이 됐다는 의미다.

일명 ‘화웨이 헌법’으로 불리는 일하는 문화도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뚫어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으로 꼽힌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1998년 회사의 기본 강령이라 할 수 있는 6장 103조 1만 6400자의 ‘화웨이 기본법’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고객 중심주의 △분투 △이익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화웨이 경영 철학이 집약돼 있다.

이 가운데서도 ‘분투 문화’를 화웨이 혁신의 핵심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화웨이는 설립 이후 수십 년 동안 신입사원에게 베개와 야전침대를 공식 지급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출퇴근 시간도 따로 정해두지 않고 회사에서 숙식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공격적인 근로 문화가 화웨이의 상징이다.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 ‘996 문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주 7일 자정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한다는 ‘007문화’의 원조가 화웨이였던 셈이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근로자들이 퇴근을 잊고 분투한 것은 화웨이에 철저한 능력주의 보상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며 “화웨이는 성과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측정되고 팀별 인센티브뿐 아니라 개인별 인센티브도 따로 책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능력에 맞는 보상과 자발적 노력이 균형 있게 어우러지도록 노동제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성과급 6억 원을 받는 SK하이닉스 직원에게 6000만 원 연봉의 직원과 똑같은 노동체계를 적용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압도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업계에 총 1420억 달러(약 210조 30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에 의거해 대규모 반도체 설비에 지원한 금액 390억 달러(약 57조 8000억 원)의 3.6배에 달하는 규모다.

집행 방식도 적극적이었다. 세액공제 등 나중에 돈이 들어오는 형태가 아니라 지분 투자로 재정을 직접 기업에 공급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은 기술 수준이 일정 정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기간 막대한 투자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정부의 자금이 일종의 ‘인내자본’ 역할을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20년부터는 28나노 이하 설비를 운영하는 반도체 기업에는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팹리스(설계)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법인세도 2년간 면제된 뒤 3년 동안 50% 감면하는 등 가능한 정책은 모두 동원해왔다.

이 같은 정책 덕에 10년 전만 해도 첨단 반도체 영역에서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던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SMIC는 2024년부터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파운드리 글로벌 3위에 등극했다. 2016년 설립된 후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CXMT의 영업이익은 2025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뒤 올해 1분기에는 354억 3300만 위안(약 7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CXMT가 설립 이후 10여 년간 누적해온 손실 총액이 366억 5000만 위안(약 8조 원)인데 이를 1개 분기 만에 거의 다 만회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달 27일 상장한 CXMT의 주가는 개장 직후 6배 폭등하며 중국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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