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일
논설위원
1893년 프랑스 육군 장교 장 베르투가 자전거 옆에 바퀴 달린 좌석을 붙여 사람이나 짐을 실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 사이드카(sidecar)의 시초다. 10년 뒤 영국에서는 모터사이클용 사이드카가 특허를 받고 대규모 생산 시대를 맞았다. 1·2차 세계대전에서는 병사와 탄약을 나르는 군용 운송 수단으로도 맹활약했다.
사이드카는 미국 증시에서 과속 방지 장치로 변신했다. 1987년 10월 19일 다우지수가 22.6% 폭락한 ‘블랙 먼데이’를 계기로 1년 뒤 사이드카 제도가 도입됐다. 선물이 현물 시장을 흔들지 않도록 옆에서 속도를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물 가격과 현물 지수가 급등락하면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킨다. 국내의 경우 코스피는 선물 시장이 문을 연 1996년 11월, 코스닥은 2001년 3월에 도입됐다. 하지만 매매 정지가 주문 누적을 강화하며 거래 재개 이후에는 오히려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1999년 사이드카를 폐지하고 지수 차익 거래 프로그램의 매도나 매수 방향만을 제한하는 ‘트레이딩 칼라’로 대체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변동성조정장치(VCM)를 운영 중이다. 우리와 달리 거래를 멈추는 대신 해당 종목의 5분 전 체결 가격 기준으로 5분간 거래되는 냉각 기간을 갖는다.
사이드카보다 강력한 증시 제동장치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다. 원래 전류의 과부하를 감지하면 전기를 끊는 회로차단기를 뜻한다. 미국은 1988년에 도입했고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에 제도화했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8%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 모든 종목의 거래가 20분간 멈춘다. 공포와 탐욕에 휩쓸린 투자자에게 냉정을 되찾을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 국내 증시는 올 7월 한 달에만 사이드카 23회, 서킷브레이커 6회가 발동됐다. 과도한 레버리지와 쏠림 투자의 결과다. 이쯤 되면 ‘K변동성’을 제어할 새로운 안전장치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