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5년 전 오늘인 2021년 8월 2일. 만취한 여성을 차에 태우고 가 성폭행하려다 저항하는 피해자에 의해 혀가 절단된 남성이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부산 황령산 혀 절단 사건’에 대한 판결은 1964년 ‘김해 혀 절단 사건’ 판결과 대비돼 주목을 끌었다.
부산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은 2020년 7월 19일로 거슬러 간다. 그날 오전 A 씨는 부산 서면 번화가 일대에서 만취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데려다준다”고 말했다. A 씨를 택시기사로 착각한 피해자는 그의 차에 타 집 주소를 불렀으나, A 씨의 차는 인적이 드문 황령산으로 향했다.
A 씨는 황령산으로 향하던 도중 편의점에서 소주 3병과 청테이프, 콘돔을 샀다. 이어 A 씨 몸을 청 테이프로 묶은 뒤 강제 키스를 시도했다. 이에 놀란 피해자는 A 씨의 혀를 깨물었다. 혀끝 3㎝가량이 떨어져 나간 A 씨는 피를 흘리면서 인근 경찰 지구대를 찾아 “저 X가 내 혀를 잘랐다”며 중상해죄로 신고했다. 얼마 뒤 피해자 또한 A 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맞고소했다.
◇피해자가 혀 깨문 것은 정당방위 =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편의점에서 음료수, 소주, 청 테이프 외 다른 물건을 구입한 적 없다”며 발뺌했으나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CCTV 등을 살핀 결과 A 씨가 콘돔을 구매한 사실, 피해자가 만취 상태였던 사실 등을 확인했다.
그해 11월 경찰은 검찰로 사건을 넘겼고, 2021년 2월 부산동부지검은 “피해자가 혀를 깨문 것은 자기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에 대해 무혐의(중상해죄) 처분을 내리는 한편 A 씨를 강간치상 및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21년 8월 2일 A 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범행 방법이나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무겁고,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도 납득할만한 주장을 못 하고 있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모른다고 일관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아니한 점 등은 불리한 양형 조건”이라고 말했다.
61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 받은 최말자 씨
해당 판결 이후 1964년 5월 6일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강제키스 혀 절단 사건’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부산 황령산 사건과 달리 이 사건 당사자 최말자 씨는 과거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4년 당시 18세였던 최말자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에 저항하다 그의 혀를 깨물어 1.5㎝ 절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씨는 6개월간 구금 끝에 이듬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최 씨는 56년 만인 지난 2020년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최 씨가 청구한 재심은 1·2심에서 잇따라 기각됐지만, 2024년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재심의 길이 열렸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부산지법 형사5부는 최 씨의 중상해 등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최 씨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61년 만에 다시 나온 법원의 판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