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수사·기소 분리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형사 사법 체계가 출범했다. 전면적인 형사 사법 체계 개편은 1954년 형소법 제정 이후 72년 만이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이날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청은 폐지를 두 달 앞두고 수장 공백까지 맞게 됐다. 일부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고 적용 기준도 모호해 수사 현장의 혼란과 사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직접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발생·인지 사건은 물론 고소·고발 사건까지 사법경찰관이 수사하고 검사는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 등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만 있다. 경찰은 요구받은 날부터 최장 2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면서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도 사법경찰관이 신청해야만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중대한 위법 수사를 토대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검사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를 제기한 경우’를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추가했다.
가장 큰 쟁점은 위헌 가능성이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한다. 수사권이 전혀 없는 검사가 경찰의 신청을 받아 영장을 청구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헌법이 예정한 영장청구권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구속 피의자를 송치받아 최장 10일간 구금하는 것 역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은 곧 수사의 영역”이라며 “수사권 자체가 없는 검사가 구속된 피의자를 송치받아 구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위헌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검사가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 등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실제 수사나 공소 유지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범죄, 아동 대상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 학대, 노인 학대 사건만 전건 송치하도록 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보이스피싱이나 전세사기 등 주요 민생 범죄가 빠진 데다 1차 수사기관이 어떤 법률과 죄명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건 송치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원 약 14만 5000명과 막대한 수사 권한을 쥐게 된 이른바 ‘공룡 경찰’ 내부에서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보완수사까지 경찰이 맡게 되면서 가뜩이나 적체된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지고 미제 사건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는 기소가 가능할 정도로 수사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까지 커진 만큼 권한 확대가 오히려 부실 수사 논란과 조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새 체계의 핵심 축인 중수청과 공소청이 10월 2일 정상적으로 출범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중수청은 8월까지 직제와 수사관 임용령을 마련해 9월부터 채용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조직 규모와 직급·보수 체계, 지휘·보고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을 확보해야 하지만 신분 보장과 처우가 불투명해 이직 수요도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검찰 수사관 6000여 명을 어떻게 재배치할지도 과제다. 경찰·중수청·공소청·공수처 간 사건 이첩과 영장 신청, 보완수사 요구 등 세부 절차를 정할 하위 법령과 수사준칙 마련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법안이 통과된 직후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판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한 인신구속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5개 여성단체는 “여당 주도의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 본회의 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