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8만 건을 넘어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빚을 갚지 못해 채무 조정 절차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40% 하락하고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점쳐져 연내 개인회생신청이 16만 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6월 개인회생 신청은 8만 1723건이다. 집계 이래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7만 2192건)과 비교하면 13.2% 늘었다. 10년 전 4만 7229건이던 상반기 신청 건수는 2022년까지 4만 건대에 머물렀지만 2023년 6만 건대로 급증했고 지난해 7만 건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처음 8만 건을 돌파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신청 건수는 역대 처음으로 16만 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전 수원회생법원장인 김상규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올해 개인회생 신청이 전년보다 9.5% 늘어난 16만 3446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변호사는 “불과 4~5년 만에 신청 건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급증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과 장기화한 내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연체액은 역대 최대인 22조 3000억 원을 기록했고 가계 신용 잔액도 2000조 원에 육박했다. 부채 상환 여력이 약해진 가계와 자영업자가 법원의 채무 조정 절차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거비 상승 역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전세 물량 감소로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매달 고정지출이 늘어난 탓이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전세가 줄고 월세 비중이 커지면 단기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거비가 크게 오르면서 빚 상환 등 자금 계획이 틀어져 개인회생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피해자들 또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주된 주체다. 박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통상 대출까지 엮인 경우가 많고 문제를 오랫동안 겪기 때문에 개인회생 신청이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변제 계획을 성실히 이행한 개인회생 채무자의 금융권 공공 정보를 조기에 삭제하도록 제도가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개인회생은 과거와 달리 청년과 근로소득자로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만 29세 이하 청년 1025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채무액은 6926만 원이었다. 최초 채무 발생 원인은 생활비 마련이 67.9%로 가장 많았고 주거비 28.9%, 과소비 26.5%, 가족 지원 19.9%, 사기 피해 18.0% 순이었다. 특히 사기 피해 비중은 1년 전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김 대표변호사는 “주거비 부담과 투자 손실, 다중채무가 겹치면서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도 개인회생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최근 개인회생 상담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을 찾았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주식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탓이다.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하자 오피스텔을 담보로 잡고 신용대출까지 받아 추가 매수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뒤늦게 투자한 것을 만회하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손을 댔다가 손실액만 2억 원에 달했다. 박 씨는 “월급으로는 매달 원리금과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투자 손실도 개인회생이 가능한지 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국내 주식시장 하락과 금리 인상 등으로 앞으로 개인회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올해 고점 대비 약 40% 떨어진 데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빚 갚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현장에서도 관련 문의와 상담 접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병모 법무법인 위온 대표변호사는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 추가 대출을 받다가 채무가 불어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박 변호사도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부담을 견딜 여력이 더 줄어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