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더딘 경기 회복에 지난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이들이 최대 11만 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불법 사채 이용 규모 역시 7600억 원에서 최대 1조 5500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배가량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제도권 금융사의 대출 규제가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민금융연구원이 5월 11일부터 27일까지 지난해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신용등급 6~10등급) 9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9.4%가 등록 대부 업체로부터 대출 신청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단계인 대부업에서 밀려난 이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하위 50% 저신용자의 대부 업체 대출 승인율이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9.1%로 조사됐다. 그 결과 불법 사금융으로의 이동률이 5.2%에서 7.5%로 상승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대부 업체 저신용자 중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을 약 5만 9000명에서 11만 9000명으로 추산했다. 2024년에는 2만 9000명에서 6만 1000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배 늘어난 것이다.
이들의 불법 사채 이용액도 급증했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최소 7600억 원에서 최대 1조 5500억 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이 3800억 원에서 79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액 역시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에 불법 사금융으로의 이동 규모가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며 “불법 사금융인지 모르고 이용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의 용도는 기초생활비(41.0%)와 부채 돌려막기(26.1%)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20대 청년층의 경우 등록 업체와 불법 사금융을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이 8.9%로 가장 높았다. 또한 20대는 대출 거절 시 ‘부정한 방법이라도 돈을 마련하겠다’는 응답이 41.7%에 달했다.
불법 사채의 금리는 연 24% 이하가 26.3%로 가장 많았지만 24~48%(14%), 48~96%(15.8%) 등 고금리도 많았다. 1200%가 넘는 살인적 금리를 적용받은 이들도 7%였다.
불법 사금융임을 알고 빌렸다는 응답은 2023년 77.7%에서 지난해 50.9%로 급감했다. 주부와 아르바이트생 등 금융 취약 계층에서 비자발적 이용이 늘어난 데다 대부업 이용자 55.8%가 상호만으로 등록 대부 업체와 불법 사금융을 구분하지 못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정책금융과 채무 조정, 복지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는 금융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불법 사금융의 위험성을 알리고 동시에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지원과 함께 심리 상담, 재취업 사회 복귀 프로그램의 연계도 필요하다는 게 서민금융연구원의 분석이다. 특히 충동적 대출이나 과도한 채무를 막기 위해 소비자가 스스로 대출 차단을 신청할 수 있는 ‘한국형 대출자율통제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인원 12만 명도 사실 최소치로 추산한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권 금융에서는 DSR 등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연 소득은 그대로다. 빚을 낸 사람들은 결국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자금 용도를 더 세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생계유지 목적 자금은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