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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십이지장 궤양은 남성에서 흔하다고?” 통념 깨졌다

26.07.2026 1분 읽기

소화성 궤양은 남성에게 더 흔하다는 기존 통념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남녀 환자 수 격차가 줄고 폐경 후 여성에서는 출혈, 천공 등 중증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치료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와 김병욱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방창석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소화성 궤양의 성별 차이를 다룬 연구 논문 68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소화성 궤양은 위산, 소화효소 등의 공격인자와 점막의 방어인자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서 위나 십이지장의 점막 및 근육층이 손상돼 움푹하게 패인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다. 공복 시 명치 부근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나 소화불량, 식욕 감퇴,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출혈이나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중증 합병증의 위험은 성별은 물론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팀은 기존 진료지침이 남녀의 연령별 위험성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착안해 연구를 기획했다. 새로운 진료지침에 반영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문헌에서 소화성 궤양의 발생과 합병증, 폐경, 약물 반응에서 나타난 남녀 차이를 살펴본 결과 과거 2대 1 수준이던 남녀 환자 비율이 최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좁혀졌다. 일부 국내 자료에서는 80세 이상 여성의 출혈성 소화성 궤양 발생률이 같은 연령대 남성을 넘어섰을 정도다. 연구팀은 소화성 궤양의 전체 발생률과 질병 부담은 여전히 남성이 높지만, 감소 폭이 커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망률은 여성이 더 높았다. 전국 단위 자료에서 출혈성 소화성 궤양 환자의 30일 사망률은 여성이 3.20%로 남성(1.83%)의 2배 수준이었고, 천공성 소화성 궤양에서는 여성 10.03%, 남성 2.03%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고령 여성의 ‘에스트로겐’ 호르몬 감소를 지목했다.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위와 십이지장 점막의 방어 기능을 돕는다. 여성은 폐경기를 지나 고령으로 갈수록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드니 그러한 보호 효과가 사라져 소화성 궤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수술로 조기에 폐경을 겪은 여성은 동일 연령의 폐경 전 여성보다 소화성 궤양 위험이 약 38%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폐경 이후 관절질환 등으로 소염진통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점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소염진통제 사용자의 약 75%가 여성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즉, 여성의 소화성 궤양 증가는 폐경기 호르몬 변화에 고령, 동반 질환, 약물 노출-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양성자펌프억제제(PPI),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등 다양한 진단 및 치료 영역에서 성별 차이가 발견됐다.

그러나 소화성 궤양과 상부 위장관 출혈, 위장 보호에 관한 주요 국제 진료지침 13개를 비교해봐도 성별이나 연령에 따른 폐경·호르몬 상태를 공식적인 위험 평가에 포함한 지침은 없었다. 고령, 궤양의 과거력, 소염진통제와 항혈전제 사용 등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할 뿐, 폐경 후 여성에서 위험과 치료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을 반영하진 않았던 것이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소화성궤양 연구에서 나타난 성별 차이에 대해 종합하고, 그에 대한 대응이 미비한 현행 치료 지침의 공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향후 소화성 궤양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진료지침을 재수립할 때도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장을 맡은 김병욱 교수는 “현재 약제성 소화성궤양 진료지침을 새롭게 개발 중”이라며 “성별, 폐경 여부 등 호르몬 상태를 중요한 변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교수는 “고령 여성이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경우 높은 중증 진행 및 사망 위험에 노출된다”며 “70세 이상 여성에서는 위산분비억제제 사용 등 위장 보호 전략을 제시하고 성별에 따른 약물 반응 차이를 함께 평가하는 진료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으로부터 ‘성차기반 소화기계 질환 진단·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적용’ 연구비를 지원받았으며, 국제학술지 ‘장과 간(Gut and Liver)’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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