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북중미 월드컵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고르라면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인공지능(AI) 로봇 ‘아틀라스’가 축구공을 차는 모습이 아닐까. AI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시기와 관련해선 전망이 갈린다. 한편에서는 AI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노동 시장에서 상당한 기간 인간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AI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신간 ‘일이 사라진 세상-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는 우리 시대 AI가 불러온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수백 년 동안 인류의 삶을 지탱해온 ‘노동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AI가 불러온 변화는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경제적 측면의 위기로 그치지 않는다.
물론 현재로서는 장밋빛 전망도 적지 않다. 인간의 힘들고 위험한 노동을 AI 로봇이 대체하면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인간이 노동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자리만 남아 있다면 우리는 과연 그런 미래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일까. 인류 역사의 어느 시기든 인간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노동이 사라진 AI 시대는 인류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현재의 위기는 ‘사라지는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흔들리는 인간의 지위’라고 본다. 노동이 없다면 우리가 가진 돈과 재산은 무엇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AI 시대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를 특정 대기업이나 소수의 개인이 독식해도 괜찮은 것일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는가, 아니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날까. “미래 세상은 완벽한 유토피아일 수도, 그저 소비와 오락으로 시간을 때우는 ‘가장 우아한 감옥’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날카롭다.
저자에 따르면 노동은 단지 생존을 위한 생계 수단을 넘어선다. 일은 우리의 자존감, 자유, 성장의 기반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실현해 온 핵심이다. 저자는 AI 시대에 일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AI 시대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사라지는 일자리를 억지로 붙잡고 싸우는 데 있지 않다. AI 로봇에 노동을 넘겨주되, 부를 공정하게 나누고,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되 삶의 본질적 즐거움을 누리고, 본질적 의미를 찾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AI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기술에 맞서는 힘이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용기다.
저자는 국내 니체 철학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는데 이제 AI가 묻는다.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부제 그대로 책은 ‘인간의 쓸모 있음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만 9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