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지노 사업자에게 걷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최고납부율을 현행 매출액의 10%에서 1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카지노를 사행산업으로 옥죄면서 동시에 관광산업의 핵심 재원 역할까지 확대하라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카지노산업의 성장에 걸맞게 공공기여와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관광학회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관광산업 법제도 선진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관광기금 부담 체계를 비롯해 카지노업 갱신허가제와 사업권 양도·양수 사전인가제 등이 논의했다.
최성욱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장은 토론회에서 “한쪽에서는 카지노를 사행산업으로 규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관광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납부율 상한을 15%로 올리면 경영난을 넘어 적자 기업의 파산을 재촉할 수 있다”며 인상안 철회를 촉구했다.
카지노업계의 관광기금 부담은 이미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협회에 따르면 2025년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을 토대로 산정된 관광기금은 2194억7000만원으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357억600만원과 비교하면 61.7% 늘었다. 1994년 이후 누적 산정액은 2조4685억원에 이른다.
업계가 문제 삼는 핵심은 기금이 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영업에서 손실을 내더라도 매출이 발생하면 기금을 내야 한다. 인스파이어는 2024년 2645억원, 2025년 15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관광기금 산정액은 각각 168억원과 280억원이었다.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기금 부담은 오히려 100억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기금 부담이 더 커지면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수천 명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도 생존의 갈림길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일부 학계의 시각은 다르다. 카지노산업이 크게 성장한 것과 달리 허가와 소유권 관리, 공공기여 제도는 3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1995년 이후 외국인 카지노 전체 매출은 10.3배, 업체당 평균 매출은 7.8배 증가했지만 카지노 허가에는 별도의 유효기간이 없다. 사업권 양도·양수와 지분 변경 역시 사후신고를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장은 “카지노는 일반 국민에게 금지된 사업을 일부 사업자에게 특별히 허가한 관광사업”이라며 “제도 개선은 산업을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사업 환경을 만들고 국민 신뢰를 토대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 개편이 필요하더라도 현행 매출 기준 부담을 그대로 확대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4년 카지노업을 관광진흥법에 편입하는 실무에 참여한 권경상 전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은 “당시 관광기금이 고갈된 상황에서 카지노업계에 매출 구간별로 1·5·10%를 내달라고 요청했다”며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면 영업이익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전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전 실장은 사업자의 실질적인 부담 능력과 투자 현황을 부과 체계에 반영하고, 영업손실이 발생한 기업에는 인상분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계에서는 기금 인상만 떼어놓고 추진할 것이 아니라 면허 관리 개선과 산업 지원, 기금 재투자를 하나의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이재석 강원대 교수는 카지노업 갱신허가제와 사업권 양도·양수 사전인가제, 독립 감독기구 도입을 제안했다. 카지노업계가 낸 기금이 관광 인프라 조성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복합리조트 콘텐츠 확충에 다시 쓰이도록 환류 구조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배 가천대 교수는 “공적 기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실제 수익성과 부담 능력을 함께 따져야 한다”며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를 부과하고, 거둔 기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