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 는 올 4월 국내에서 5만 5000대가 넘는 차를 팔면서 현대차(005380) (5만 4051대)를 제쳤다. 기아가 현대차를 월간 판매 실적에서 앞선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현대차가 IMF 여파로 정리해고에 들어가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이 중단된 이례적인 경우였다.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현대차가 그룹의 아우 격인 기아에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이라 업계가 크게 술렁였다.
올 상반기 내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기아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기아는 올 들어 6월까지 29만 5779대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의 판매 실적(31만 4900대)이 같은 기간 10.8%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가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 프로모션을 강화하면서 르노코리아와 한국GM 등 중견 완성차업체들은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아의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쏘렌토다. 쏘렌토 판매량은 상반기 5만 5426대로 전년 대비 8.4% 늘었다. 전체 판매량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볼륨 모델이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전체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 실적 증가세도 가파르다. 상반기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량(10만 6010대)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하며 전체 판매 증가율을 웃돌았다.
전기차 판매 실적(7만 2078대)은 151.1%나 급증했다.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인 PV5가 출시 첫해 1만 5000대나 팔리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기아는 △다인승 이동용 PV5 패신저 △프리미엄 모델 PV5 프라임 △화물 배달용 PV5 카고 하이루프 등 라인업을 다양화해 판매 실적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로서는 주력 모델인 싼타페의 상반기 판매량(2만 511대)이 전년 동기(3만 2254대) 대비 36%나 급감한 점이 뼈아팠다. 볼륨 모델인 투싼 판매량도 같은 기간 23% 줄었다. 비슷한 체급의 테슬라 모델Y 프리미엄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올 3월 발생한 안전공업 화재도 악재로 작용했다. 안전공업은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2.5터보 엔진밸브 등을 공급해왔다. 화재 여파로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두 모델의 판매도 수개월 지연됐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를 시작으로 하반기 매달 한 대꼴로 신차를 쏟아내며 내수 반등을 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GV80 하이브리드와 신형 투싼을 포함한 신차 6종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이 침체 흐름을 보이고 있어 기존 모델만으로는 판매량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 이라며 “현대차를 포함해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신차 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견 완성차업체들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2만 11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5%나 급감했다. 지난해 신형 SUV인 ‘그랑 콜레오스’를 앞세워 31.3%의 가파른 성장을 보였던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그랑 콜레오스의 신차 효과가 떨어진 데다 올해 3월 출시한 필랑트의 판매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전체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르노는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폴스타의 신형 차종을 이달 양산하며 판매 반등을 노리고 있다. 아울러 그랑 콜레오스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차가 지난해 처음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른 시점에 신모델 출시가 논의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의 전면이나 후면 디자인을 소폭 변경하는 모델을 내놓거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방안 등이 회사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면서 “르노 본사와 논의한 뒤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GM의 내수 판매 실적은 악화일로다. 한국GM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1%나 줄어든 5271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팔린 전체 국산차(65만 4076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한국GM이 수출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설계하면서 국내 신차 출시가 뜸해지자 내수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완전히 잃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상반기 2만 180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9%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표 SUV인 무쏘(EV 모델 포함) 판매량(1만 2271대)이 65% 급증하며 호실적을 이끌어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