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화전 일반 산업단지에 위치한 한화오션의 협력사 동화엔텍은 친환경 에너지 기술 기반의 열교환·시스템 솔루션 기업이다. 공장에 들어서니 용접용 로봇팔이 작업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한 직원은 인공지능(AI) 비전 카메라를 통해 완성된 제품이 설계 도면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크고 작은 열교환기 부품이 조립되면서 형태를 갖춰나갔다.
1980년 설립된 동화엔텍은 외산에 의존하던 열교환기 등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국내 조선 3사 기준 점유율 60%에 달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46년 업력의 동화엔텍은 사실상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제조 공정에 AI와 로봇을 지난해 말 전격 도입했다. 한화오션 사내 혁신 조직인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팀의 첫 협력사로 지난해 선발된 동화엔텍은 AI와 로봇을 활용해 제품 설계를 계속 최적화하며 성능을 개선해가고 있다.
동화엔텍과 한화오션 TOP팀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부터 매달 한 차례 이상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며 머리를 맞댄 연구 끝에 총 25개의 혁신 과제를 도출했다. 설계 단계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공급 설비인 벙커링 스테이션 스키드의 구조를 개선해 장비 중량을 기존 대비 54% 줄이고 LNG 구매 단계에서는 LNG 펌프 공급처를 다변화해 동화엔텍은 올해 최대 63억 원의 원가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원가 절감은 수주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경영 실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엔텍은 올해 별도 기준 3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최소 5% 이상의 매출 증대를 예상하고 있는데 지난해 9% 수준에 그쳤던 영업이익률도 올해는 두 자릿수로 반등이 기대된다.
김재호 동화엔텍 운영담당 상무는 “한화오션 TOP팀의 컨설팅 이전에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6시그마와 일본 도요타의 TPS를 접목하면서 원가 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활동이 지속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대기업에 비해 인프라와 자원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독자적으로 혁신 모델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현장형 경영 컨설팅과 생산성 향상 노하우 전파를 통한 경영 혁신 성공담은 동화엔텍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화오션의 또 다른 사외 협력사인 삼녹은 통합 배차 컨트롤타워 운영을 통해 18%의 운송비를 절감했다. 대림S&P는 수천 장의 종이 도면을 3차원(3D) 데이터와 연계해 비용을 5%가량 감축하게 됐다. 영창목재는 라인 자동화를 통해 합판 라인 인력을 무려 75% 줄였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1.5배 향상됐다.
이들 4개사가 거둔 성과가 기폭제가 돼 올해도 총 7개의 사외 협력사가 한화오션의 TOP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이 2023년 사내에서 시작한 공정 혁신 DNA를 외부에 적극 전파하려는 것은 협력사의 성장이 한화오션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 업계는 낮은 기자재 원가를 앞세운 초저가 수주에 나서며 한국과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격차를 벌리려 하고 있다. 국내 조선 업계가 경쟁과 함께 원팀으로 협력사들의 기술 수준을 높여나가야 하는 이유다.
정주용 한화오션 TOP 추진 태스크포스팀(TFT) 책임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해양 방산 및 조선 분야의 글로벌 협력이 확대되면서 한국 조선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 조선사와 협력사가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 구조가 한국 조선 산업의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협력사의 기술·생산 경쟁력을 직접 지원하는 한편 외주 단가 인상률을 꾸준히 상향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을 출범시킨 후 외주 단가 인상률은 2023년 7%, 2024년 5%, 2025년 3%로 각각 책정하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랐다. 아울러 한화오션 출범 후 3년 동안 목표 달성 인센티브로 총 1873억 원(2023년 698억 원·2024년 435억 원·2025년 740억 원 등)을 지급하기도 했다. 특히 사내 협력사 직원 1만 5000명에게 한화오션 직원과 동일한 400%의 성과급을 적용하는 파격을 선보여 업계의 상생 경영을 선도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협력사에 대한 22건의 기술 지원과 55건의 공동 특허출원 및 특허출원 지원도 진행해 원천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은 도장 생산 경쟁력 제고를 위해 7개 주요 도료사와 기술협력회의를 매달 운영하면서 신기술 공동 개발, 시스템 표준화 등 동반 성장의 기틀을 닦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앞장서 협력사들과 동일 성과급을 적용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조선업 경쟁력과 지역 경제 성장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