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은 ‘슈퍼에이징 시대’에 접어들었다. 정년연장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방식을 두고 여전히 의견 차가 팽팽하다. 정년연장 논의가 청년 일자리 문제와 얽혀 세대 간 일자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정년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 문제 역시 해법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택 국민의힘 원로고문은 2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미국처럼 정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고문은 독립운동가 이영종 선생의 아들로 신군부 집권 시절 해직 언론인 출신이다. 민주화추진협의회 대외협력국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해 경기도 여주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원내 부총무와 대변인, 한나라당 원내 총무와 최고위원 등 여야를 오가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정계 은퇴 이후엔 상명대 석좌교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노인복지청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고문은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사회복지·의료 재정 부담이 커지는 노동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의 은퇴 시기가 늦춰지면 사회 복지혜택을 받는 시점 또한 지연되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또 노인을 부양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년 연장도 법적 강제 사안이 아닌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법정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있지만, 대기업일수록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나이에 얽매이기보다는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정년이라는 족쇄를 하루빨리 없애고 각 회사 사정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며 “노조 역시 임금 인상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정년 연장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법정 노인연령도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71.6세였다. 이 고문은 “노인 기준을 65세로 정할 때가 무려 45년 전”이라며 “당시 기대수명이 60대 후반이었다면 현재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자연스럽게 노인 기준도 올라가야 하지만 45년 전에 멈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아직 젊다고 느끼더라도 사회에서 노인이라고 낙인을 찍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노인 연령을 상향할 경우 60대들은 아직 내가 노인이 아니라는 인식을 통해서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대 갈등으로 번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과 관련해서는 “요즘 70대는 버스나 지하철 경로석에도 잘 앉지 않는 나이가 됐다”며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나이인데, 노인 혜택을 제공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노인 정책과 예산을 통합·관리할 전담기관의 설립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고문은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역별로 노인복지도 천차만별”이라며 “지방으로 갈수록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인복지 관련 예산이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중복사업으로 낭비되고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위해 노인 정책을 통합·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를 오가며 중책을 맡은 그는 거대 야당의 일방통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고문은 야당 법사위원으로 헌정사상 최초 특검인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및 옷 로비 특검’과 원내총무 시절 ‘대북송금 특검’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는 “정치적 목적에서 특검을 남발해 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특검은 여대야소 정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제할 최후의 보루로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어느 순간 정치보복을 위한 도구로 악용돼 안타깝다. 여야가 상생과 협치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