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3연임을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다음 주께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민간 금융사 CEO의 임기에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조만간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당초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8대 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발표를 조율했으나 시점을 두고 추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나오는 건 지난해 12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를 겨냥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지적이 나온 후 7개월 만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금융지주 회장 3연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3연임 제한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EO 연임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CEO 연임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으로 의결하는 일반결의 대상이다. 하지만 특별결의 사항으로 바뀌게 될 경우 출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이번 선진화 방안에 참호 구축 방지를 위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방안도 담는다. 금융위는 금융 사고 발생 시 임원의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back) 제도, 임원의 개별 보수 수준을 주주총회에서 검토받게 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왔다. 추가로 CEO 후보 검증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충분한 검증 기간 확보, 의사록 등 이사회 심의 과정 공개 방안 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3연임 제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적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가 최종적으로 CEO의 임기를 결정하는 것이지 당국이 나서 연임 제한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글로벌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006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능력이 있으면 경영을 더 하는 게 맞지 일률적으로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사 CEO 임기에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관치로 비칠 소지가 많다.
실제로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주 CEO를 지내면서 신한을 제치고 확고한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됐다. 금융위가 구성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도 CEO의 임기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TF에 참여한 한 인사는 “특별한 성과를 거두거나 어떤 측면에서 책임이 필요한 CEO는 3연임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임기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낫다”고 말했다.
당국이 CEO 3연임을 제한하게 되더라도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은 없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11월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번이 연임 도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