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가 넘도록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다 뒤늦게 잠든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다음 날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해도 “하루 이틀 덜 잔다고 큰일이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수면 부족이 단순한 피로를 넘어, 젊은 나이부터 혈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건강한 18세 청소년 206명을 2주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잠을 오래 잔 다음 날일수록 혈당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하루 중 혈당이 크게 출렁이는 폭도 줄었다. 반대로 잠이 부족한 경우 혈당이 높게 나타났으며, 혈당의 변화폭도 컸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과 비슷한 혈당 변동 양상을 보인 것이다. 당뇨병과 비만은 흔히 중년 이후의 문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창 성장할 시기인 10대에도 수면 부족 상태가 이어지면 혈당 변동폭이 커지면서 당뇨병이 발현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실제 습관적으로 덜 자던 청소년들이 수면을 하루 한 시간 정도 늘린 결과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민감도는 쉽게 말해 몸이 혈당을 처리하는 효율이다. 이 값이 좋아지면 같은 양의 당류를 섭취해도 혈당이 덜 요동친다.
더욱 큰 문제는 충분히 자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경우다. 입시와 성적, 진로 문제부터 친구 관계, 소셜미디어(SNS)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10대 중 상당수는 밤늦도록 고민을 이어가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생활과 인간관계, 육아 등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성인들 역시 잠자리에 누워있다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을 설치곤 한다.
이러한 상태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3개월 넘게 지속된다면 만성 불면증으로 볼 수 있다. 불면증은 단순히 다음 날 피곤한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면을 통해 회복돼야 할 신체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혈당을 비롯한 대사 기능은 물론, 뇌와 심혈관 건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시작된 불면증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한의학에선 불면증의 원인을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생각이나 고민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결불수(思結不睡)’,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영혈부족(營血不足)’, 허열(虛熱)이 생겨 잠 못 이루는 ‘음허내열(陰虛內熱)’, 정신적 충격을 받아 생기는 ‘심담허겁(心膽虛怯)’, 담(痰)이 가슴에 뭉쳐서 두근거리는 ‘담연울결(痰涎鬱結)’ 등이다.
불면증으로 진단되면 침 치료가 주로 쓰인다. 자생한방병원이 국제학술지 ‘헬스케어(Healthcar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한의과에서 불면증 환자에게 시행한 침 치료 건수는 10만여 건에 달했다. 신문혈·백회혈·삼음교혈 등 마음과 신경을 안정시키는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으면 혈액순환과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을 주고 수면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귀비온담탕, 보혈안신탕, 안매탕 등의 한약 처방을 병행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보혈안신탕은 부족해진 혈을 보충해 심장과 신경계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고 불안정해진 심신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알려졌다. 또한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신경을 진정시켜 안정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불면증 치료에 반드시 엄청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습관만으로도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면이 계속된다면 단순히 ‘잠을 못 자는 체질’로 넘기기 보단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오늘 밤 충분한 수면은 내일의 컨디션을 넘어, 앞으로의 대사 건강과 심·뇌혈관 건강까지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