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스토어 등 e커머스와 대형마트, 올리브영, 다이소에 밀려 침체했던 전통시장이 외국인 관광객과 MZ세대의 발길을 타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방한 외국인이 늘면서 K-푸드·K-컬처 체험 코스로 자리 잡은 결과다. 다만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문제는 여전히 발목을 잡는 과제로 남아 있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7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1만 명)보다 21.0% 늘었다. 6월 셋째 주에는 올해 방한 외국인이 1000만 명(잠정)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해 7월 중순 1000만 명을 돌파한 것보다 한 달 가까이 빠른 속도다. 5월 한 달 방한 외국인은 195만 명으로 국적별로는 중국(56만 명), 일본(36만 명) 순이었다.
방한객 증가와 맞물려 전통시장 매출도 함께 뛰었다. 비씨카드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전통시장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은 2022년보다 15.8% 늘었고, KB국민카드 조사에서도 같은 기간 16.0%의 증가율이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를 보면 코로나19를 거친 뒤 하루평균 5000만원대에서 정체하던 시장당 매출이 2023년 6000만원, 2024년에는 7000만원을 각각 넘어섰다. 전국 전통시장 총매출은 2024년 기준 30조1000억원으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30조원대에 재진입했다. 서울 지역 전통시장 433곳의 매출 역시 3조7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었다.
재방문율도 높다.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은 대구 서문시장을 3회 이상 방문한 외국인 비율이 4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서문시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통시장 부활의 배경으로는 소비 방식의 변화가 꼽힌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시장 매출 중 증가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먹거리였다. 3년 새 가공식품 매출은 44%, 커피·음료는 40%, 분식·간식은 35% 늘었다. 장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먹거리를 즐기며 둘러보는 공간으로 소비 성격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통시장은 이제 필수 관광 코스로 통한다. 문체부 외래관광객조사에서 지난해 방한 외국인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류 콘텐츠를 꼽은 비율이 38.3%로 가장 높았는데,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에 소개된 광장시장처럼 콘텐츠를 통해 접한 장면을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시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관광 정보를 조사하는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에서도 광장시장이 인기 명소로 떠오른 이유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는 점을 꼽은 응답이 42%(중복 응답)에 달했다. 최근에는 광장시장이 지나치게 알려지자 상대적으로 한국식 정취가 강한 망원시장·통인시장 등으로 발길을 옮기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다만 급증한 외국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서비스는 보완할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하반기 광장시장에서는 가격표 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거나 좁은 통로에서 서서 먹도록 손님을 재촉하는 사례, 해외 결제 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점 등이 반복적으로 불만으로 제기됐다.
이에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5월 14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전국 11개 전통시장과 함께 가격 정찰제, 카드 결제 확대, 청결·위생 관리, 친절 응대를 4대 과제로 하는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대구 서문시장, 부산 해운대시장, 경기 수원남문시장 등이 참여했으며 시장별 특성에 맞춰 야시장이나 지역 관광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 코스로 육성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단속이 있을 때만 개선되고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