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공급난의 여파로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리소그래피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소그래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ASML과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이자 ASML의 최대 고객인 대만 TSMC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1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ASML이 극자외선(EUV)과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가격을 올리려 하자 TSMC가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저 다선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가격 인상을 위한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리소그래피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빛을 쏘아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장비로 AI 프로세서는 물론 메모리 제조 공정에서 필수적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데다 1대당 수천억 원에 달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아 사실상 ASML이 독점하고 있다.
EUV와 DUV 모두 빛의 파장을 이용하지만 EUV 파장이 더 짧기 때문에 최첨단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EUV가 DUV보다 비싸다. 5 ㎚(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에서는 EUV가, 이보다 넓은 회로 선폭이나 자동차 및 가전용 반도체에는 범용적인 DUV가 쓰인다.
디인포메이션은 ASML이 중국 반도체사에 DUV 리소그래피 가격을 10% 올리겠다고 통보했으며 일부 고객은 인상된 가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수출제한 때문에 EUV를 들일 수 없는 중국 입장에서는 DUV 리소그래피마저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 공정이 멈추기 때문이다.
반면 TSMC는 가격 인상에 저항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빅테크의 칩 생산을 책임지는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73%를 차지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에서 DUV가 중요하기 때문에 EUV뿐만 아니라 DUV 가격 인상도 TSMC로서는 수용하기 힘들다.
ASML은 TSMC와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를 추격 중인 인텔을 언급하며 TSMC를 압박하고 있다. ASML은 이날 인텔이 최신 고개구율(High NA) EUV로 1.8나노급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1대당 4억 달러(약 5940억 원)를 훌쩍 넘는 이 장비가 표준 EUV 가격의 2배라며 반발하지만 가격 인상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