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장우산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우산을 옆으로 눕혀 드는 이른바 ‘가로잡기’의 위험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심코 든 우산 끝이 뒤따르는 사람의 눈이나 얼굴을 향할 수 있어 사람이 몰리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접은 장우산을 옆구리에 끼거나 손에 가로로 쥐면 뾰족한 끝부분이 뒤쪽으로 향한다. 이 상태로 걸으면 팔의 움직임에 따라 우산 끝이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주변 사람의 얼굴이나 가슴, 복부 등을 칠 수 있다. 성인의 허리 높이에 놓인 우산 끝이 어린이나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얼굴과 눈높이에 해당할 수도 있다.
15일 도쿄도와 일본 소비자청 자료를 종합하면 도쿄도는 2024년 11월 도쿄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우산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4.0%가 다른 사람의 우산에 부딪히거나 다칠 뻔한 경험, 또는 자신의 우산으로 위험한 상황을 만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는 지난해 3월 공개됐다.
특히 타인의 우산으로 위험을 겪었다고 답한 700명에게 사고 장소를 복수 응답하도록 한 결과, ‘지하철역 계단·에스컬레이터’가 71.1%로 가장 많았다. 도로와 육교가 53.9%로 뒤를 이었고 역내 통로나 승강장 등 계단·에스컬레이터 이외의 공간도 32.6%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34.0%는 우산을 가로나 비스듬한 방향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들기 편해서’였다. 가로로 우산을 들어본 사람 가운데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아찔한 상황을 만든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22.7%였다. 우산 손잡이 끝부분을 잡고 세로로 든 사람의 7.0%와 비교하면 조사상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가로로 든 우산이 부딪힐 때 발생하는 충격도 상당했다. 도쿄도는 장우산을 진자 장치에 고정한 뒤 걸을 때 팔을 흔드는 상황을 가정해 45도 각도에서 내려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반 장우산 끝에최대 240.3kg의 충격이 측정됐다. 피아노 한 대의 무게에 맞먹는 힘이 뾰족한 끝부분에 집중되는 셈이다.
실험에서 우산 끝을 두께 약 1.6㎜의 유리에 충돌시키자 유리가 깨지기도 했다. 도쿄도는 사람의 눈이나 얼굴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실명이나 골절 등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우산 가로로 들고 다니는 사람 오늘 4명 봄. 우산 세우면 안 되나”, “지하철 계단에서 앞사람 우산에 찔릴 뻔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우산 끝이 얼굴까지 올라왔다”는 등의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비좁은 전동차와 버스 안에서는 젖은 우산 때문에 옷이나 가방이 젖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부주의하게 우산을 다루다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2018년 5월 울산의 한 식당에서 당시 75세였던 남성이 우산에 감긴 종이를 잡으려고 우산을 뒤로 들어 올리다 뒤에 있던 사람의 눈을 가격했다. 피해자는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었고 울산지법은 이듬해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일본 소비자청도 지난달 12일 장우산을 옆이나 비스듬한 방향으로 들지 말고 손잡이를 잡아 우산 끝이 바닥을 향하도록 세워 들라고 재차 당부했다. 우산을 자전거 손잡이에 걸어 운전하면 바퀴에 말려들어 넘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소나기와 비가 자주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장우산을 들고 이동할 때는 손잡이를 잡고 끝부분이 바닥을 향하도록 세워 들며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주변에 어린이나 보행 약자가 없는지 한 번 더 살피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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