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과이익’은 성과급이나 국민배당이 아닌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첨단산업 영역에 한해 근로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노동법 체계도 개선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15일 ‘AI 시대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업의 초과이익을 정확히 정의하고 측정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최했다.
초과이익 논란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를 혼용해 국민배당금 지급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노사의 헌신뿐 아니라 국가 ·지역 ·사회의 지원이 결합해 이뤄낸 성과”라며 초과이익의 재분배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안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초과이익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고 사회적 재분배는 초과세수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과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것도 사회적으로 공유할 것이냐”며 “초과이익은 기업이, 초과세수는 정부가 각각 알아서 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빅테크 산업의 투자는 규모가 크고 불확실성이 높아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영업이익을 내부적으로 재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역시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는 기업과 산업·국가의 순위가 바뀐다”며 “지금의 이익을 일시적인 성과로 소비할지, AI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투자로 연결할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맞춰 노동법 체계를 손보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노동법은 기본적으로 단순 생산직을 전제로 만들어졌는데 그런 노동은 앞으로 피지컬 AI가 대부분 대체할 것”이라며 “노동법이 성장을 방해하는 식으로 작용하면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와 청년 세대가 진다”고 경고했다. 노동법을 기술 환경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개선하자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근로시간제도와 파견법의 엄격한 기준을 완화해 기업의 경영 유연성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 장관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과거의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라며 “기업에는 혁신을, 노동자에게는 삶의 안정성을, 국가에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함께 보장하는 유연안정성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산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이익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겨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청년특별위원장은 “초과이익은 하청·협력 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 우선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진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노동의 유연안정성은 고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기회, 실업 중 생계를 유지할 소득, 새 일자리에서도 적정 임금을 받을 조건이 충족돼야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