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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 위해 만든 녹지…젠트리피케이션 심화 불러”

15.07.2026 1분 읽기

폭염과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성한 도시공원과 습지, 수변 공간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나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녹지·수공간 기반 인프라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집값 상승과 외부 인구 유입을 불러와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미래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도시가 누구에게 안전한가라는 질문”이라며 “기후위험을 줄이면서도 주민을 지키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베이징대·상하이뉴욕대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의 5503개 행정단위를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추적했다. 연구팀은 위성 영상 분석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결합해 도시공원, 습지, 하천 회랑, 수변 공간 등 이른바 ‘그린·블루 적응’이 도시와 주민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이 아프리카 도시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 지역이 기후위험과 도시화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도시는 폭염과 홍수·가뭄 위험이 커지는 반면 인프라가 부족하고 비공식 주거지가 많으며 소유권도 불안정한 경우가 흔하다. 김 교수는 “아프리카는 기후적응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며 “동시에 그 정책이 누구에게 혜택을 주고 누구에게 부담을 주는지를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살펴본 그린·블루 적응은 녹지와 수공간을 활용해 폭염과 홍수 위험을 줄이는 기후적응 전략이다. 공원은 폭염 때 도시 열섬을 낮추고, 습지와 저류지는 폭우 때 물을 머금어 침수 피해를 줄인다.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 지역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지만 부동산 가격도 함께 오를 수 있다. 연구팀은 주택 가격과 인구 유입, 가구 소비, 소득 변화 등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지표를 묶어 ‘종합젠트리피케이션지수’를 구성했다. 분석 결과 그린·블루 적응이 도입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이 지수가 약 41% 높았다. 주택 가격은 약 13%, 가구 소비는 20.3% 늘었고 외부 인구 유입도 증가했다.

김 교수는 “집값 상승이나 소비 증가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그 혜택이 어떻게 분배되느냐”라고 말했다. 집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자산가치 상승이 이익이지만 세입자나 비공식 거주민에게는 임대료 상승과 이주 압력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이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도시와 시민을 더 안전하게 만들려는 정책이 오히려 일부 주민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셈이다.

그렇다고 기후적응을 위한 도시계획을 멈추자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기후적응 사업은 공원이나 수변 공간을 만드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되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권 보호와 공공임대주택, 재정착 지원, 개발이익 환수 같은 장치를 도시계획 초기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도시 정책에도 시사점이 있다. 아프리카 도시의 수치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하천 복원이나 수변 공간 개발, 도시공원 조성, 기후적응형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될 때 주변 임대료와 토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도 기후적응 사업을 추진할 때 환경 개선 효과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 주민의 주거 안정과 임대료 부담, 개발이익 배분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과 홍수에 강한 도시를 만들려면 기후 안전망과 주거 안전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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