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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K패션, 이제는 佛·伊와 경쟁할 때…제조·브랜드·유통 융합 절실”

15.07.2026 1분 읽기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다. 2002년 파리 컬렉션 데뷔 이후 한글과 전통문양을 접목한 디자인으로 2014년까지 22차례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며 K패션을 전 세계에 알린 선구자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섬유패션업계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단순히 의류 브랜드를 키우는 것을 넘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조와 브랜드, 유통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대전환을 통해 국내 섬유·패션 산업이 재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한국 섬유산업이 과거 세계적인 제조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이를 패션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하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그는 1960~70년대 한국의 섬유봉제산업이 급성장하며 세계적인 생산기지가 됐지만 원단을 수출하는 데 그쳤을 뿐 제조와 브랜드의 융복합을 이루지 못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은 한국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성장할 역량을 갖췄지만 제조 기반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해외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K팝·드라마·뷰티가 길을 열어주면서 이제는 K패션이 바통을 이어받아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경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85년 브랜드 ‘LIE SANGBONG’을 론칭한 그는 파리 등 글로벌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을 맡아 신진 디자이너 육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과 비슷하게 이탈리아도 프랑스 패션 산업의 하청기지에서 출발했지만 소재 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패션 강국으로 성장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소재 업체가 새 원단을 개발하면 디자이너에게 먼저 보내 ‘이걸로 한번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며 “한국은 원단 회사와 디자이너, 유통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처럼 소재 산업과 패션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 ‘메이드 인 코리아’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체의 역할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을 들여오는 데 집중하는 사이 국내 브랜드 육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대기업이 기성복 중심의 시장에 집중하면서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은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는 사이 중국으로 생산기지가 이전했고 지금은 베트남과 그 밖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현재 국내 봉제 인력은 대부분 60~70대여서 몇 년 뒤면 샘플조차 만들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패션 산업이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패션을 배운 중국 인재들이 본국의 대학과 기업에서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중국은 대학교 안에서 학생과 교수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고 생산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저우를 직접 다녀와 보니 산업과 교육, 패션 브랜드가 하나의 생태계로 돌아가고 있었다”며 “예전에는 중국이 서울패션위크를 배우러 왔지만 지금은 일부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더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미래 인재 육성도 그의 중요한 과제다.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한 국내 디자이너 육성 시스템을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한때 서울패션위크에는 60~70개 브랜드가 참가하며 아시아 대표 행사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20개 안팎으로 크게 위축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국 패션 전공 대학생을 선발해 경찰·소방관·군인을 주제로 한 테마 패션쇼를 열고, 11년째 고등학생 패션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젊은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을 넓히는 데도 힘쓰고 있다. 다문화·이주 학생을 대상으로 패션과 모델, 뮤지컬 등을 가르치는 ‘꿈터링 스쿨’도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패션 관련 학과가 100개가 넘을 정도로 인재풀이 풍부하다”며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무대와 기회만 충분히 마련된다면 K패션은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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