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이 있다. 넷플릭스의 전설적인 인사(HR) 책임자 패티 맥코드가 강조한 것으로, 일 잘하고 인성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는 환경이야말로 최고의 보상이라는 의미다. 올해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단원 8년 차를 맞는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하루에도 몇번씩 좋은 동료와 보내는 시간에 감사한다고 강조한다.
박경민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연주 중에 동료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강한 전율을 느낄 때가 많다”며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일하면서 (베를린 필이) 직장이라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 종신단원에 선임됐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명문 오케스트라에 한국인 연주자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베를린 필의 한국인 단원은 지금까지도 그가 유일하다.
입단 이후 실내악 공연 등을 위해 종종 한국을 찾았던 그는 올해 한 달여간 머물며 굵직한 고국 무대에 잇따라 오르고 있다. 정명훈, 조성진 등과 앙상블 무대를 갖고 다음 달 초에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남편인 바수니스트 리카르도 테르조와 함께 연주한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출신인 테르조는 현재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 바수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박경민이 조성진과 정식으로 실내악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를린 필 상주 연주자로 활동했고 베를린 필과도 여러 차례 협연한 조성진과 평소 잘 알고 지냈지만 함께 실내악을 연주할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박경민은 “(조성민으로부터) 카톡으로 ‘같이 해보자’며 연락이 먼저 왔다”며 “다른 협주자들도 친분이 두터워서 앙상블 호흡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14일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15일 화성예술의전당, 16일 부천아트센터, 17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를 갖는다. 박경민을 비롯해 다이신 카시모토(바이올린), 벤젤 푹스(클라리넷), 슈테판 도어(호른) 등 베를린 필 수석 연주자들과 세계적인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가 함께 브람스의 실내악을 들려준다.
박경민은 실내악 앙상블을 한 그루의 나무에 빗대 비올라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뿌리는 첼로, 피아노는 기둥을 담당하고 고음역대에서 멜로디를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잎사귀에 해당한다”며 “비올라는 그 중 가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려하게 멜로디를 이끄는 악기는 아니지만 나무 전체를 연결하는 가지처럼 비올라가 앙상블의 소리를 잇고 조율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사람들이 비올라의 중요성을 잘 몰라서 억울할 때가 있다”며 웃었다. 이어 “어떨 때는 바이올린, 어떨 때는 첼로와 어울리면서 중간에서 엄청 바쁘게 음악을 조율해 낸다”며 “각 악기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소리의 퀄리티는 비올라가 결정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의 입단 이후 음악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구절이라도 다른 해석을 듣고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며 “언제나 동기 부여가 되고, 음악을 보는 시각 자체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원들 한 명 한 명이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인데도 음악에 대한 연구 열정이 남다르다”며 “다들 한가락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도 하나의 통일된 소리를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역시 그에게 선생님이다. 박경민은 “레퍼토리 리허설을 시작할 때 페트렌코는 해당 곡의 시대적 배경과 작곡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한다”며 “작곡가의 의도에 맞는 알맞은 소리를 내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